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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론 워싱턴 LA 에인절스 감독은 지난해 12월 중순 보 포터 1루코치, 에릭 영 시니어 3루코치를 대동하고 미국 뉴저지주 남부 컴벌랜드 카운티의 소도시 브리지톤의 한 저택을 찾았다. 팀의 간판이자 상징인 마이크 트라웃을 만나기 위해서였다.
트라웃은 에인절스에 남아 우승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약속을 했다. 당시 미팅에 참여했던 포터 코치는 "그는 우리 팀에 올인했다. 대화하면서 그런 게 느껴졌다"고 전했다.
지난해 시즌 막판이던 9월 현지 매체들은 트라웃이 트레이드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은 바 있다. 오타니가 팔꿈치 수술을 받고 시즌을 조기 마감한 가운데 에인절스가 더 이상 전력 투자를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트라웃이 트레이드 제안을 받아들일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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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트라웃은 에인절스를 떠날 마음이 애초 없었다. 선수 시절 트라웃과 한솥밥을 먹었고, 지금은 에인절스 구단 특별 보좌역으로 있는 토리 헌터는 ESPN 인터뷰에서 "트라웃은 남고 싶어했다. 그가 트레이드될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은 그걸 결정할 권한이 없다. 그건 트라웃이 결정할 사안이었다"며 "트라웃이 우승을 바라지 않는다고 말하는 사람들 역시 100% 틀렸다. 트라웃은 항상 열정을 쏟고 우승을 원했다"고 말했다.
워싱턴 감독은 애리조나 스프링트레이닝이 한창이던 지난달 중순 "트라웃은 매일 이곳에서 선수들을 이끄는 리더다. 클럽하우스 분위기를 띄우고 선수들과 이야기하고, 훈련을 즐기는 그런 분위기를 주도한다. 트라웃이 즐겁게 훈련하니 다른 선수들도 다 따라한다"고 밝혔다.
영 코치도 "트라웃은 책임감 같은 걸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거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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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라웃은 에인절스에서 은퇴하는 게 목표다. 어릴 적 그의 우상은 뉴욕 양키스 데릭 지터였다. 지터는 양키스에서만 20시즌을 보냈고, 은퇴 후엔 명예의 전당에 헌액됐다. 트라웃은 지난 2019년 봄 12년 4억2650만달러에 연장계약을 할 때 "지터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것이 절대적인 것은 아니라도 내 마음 속에 있는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트라웃의 계약은 2030년까지다. 그의 나이 39세가 되는 시즌이다. 그때까지 그는 올해를 포함해 7시즌 동안 약 2억5000만달러의 연봉을 받는다.
오타니가 에인절스에서 두 차례 MVP를 차지하는 등 3년간 전성기를 누릴 때 트라웃은 부상 때문에 제 몫을 하지 못했다.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2021~2023년까지 3년간 팀의 486경기 가운데 그가 출전한 건 절반도 안되는 237경기였다. 다시 말해 오타니와 제대로 '쌍포'를 이뤘다면 에인절스가 9년 연속 포스트시즌 실패의 수모를 당하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
올해 트라웃의 각오는 남다를 수밖에 없다. 오타니 없는 첫 시즌이다. 건강한 몸, 의욕적인 정신으로 시즌 초 맹타를 휘두르는 건 이유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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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안타는 추가하지 못했지만, 에인절스는 3-4로 뒤진 9회초 1사 2,3루서 앤서니 렌던의 동점 적시타에 이어 계속된 2사 2루서 트라웃이 고의4구로 출루한 뒤 테일러 워드의 적시타로 전세를 뒤집었다. 트라웃의 선제 솔로포와 9회 고의4구로 승리 분위기가 만들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9승9패를 기록한 에인절스는 아메리칸리그 서부지구 2위를 유지했다. 선두 텍사스 레인저스와는 불과 0.5경기차다. 아직은 시즌 초라 판도를 평가하기 어렵지만, 트라웃이 잔뜩 독기를 품은 에인절스의 행보는 주목받을 만하다.
트라웃은 이날 현재 타율 0.282(71타수 20안타), 8홈런, 11타점, 12득점, OPS 1.053을 마크 중이다. 홈런은 양 리그를 합쳐 애틀랜타 브레이브스 마르셀 오수나와 함께 공동 1위다. 참으로 공교롭다. 오타니가 10년 7억달러에 LA 다저스로 옮긴 뒤 홀로 남은 첫 시즌, 트라웃의 기운이 폭발하고 있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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