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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국민타자 효과가 감독 2년차 시즌에 폭발하는 걸까. 곰의 불방망이가 마법 망토를 찢어버렸다.
KT는 개막 4연패의 절망에 직면했다. 앞서 쿠에바스-엄상백-벤자민이 잇따라 출격했지만 모두 패했다. 태풍처럼 몰아치는 두산의 맹폭에 국대 에이스도, 왕년의 홀드왕도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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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 득점은 내지 못했지만, 1회부터 전조가 있었다. 김재환과 양석환이 잇따라 안타를 치며 고영표를 압박했다. 고영표의 '마구' 체인지업도 정확하게 때려내는 기세가 돋보였다.
두산 선발 최원준의 컨디션도 썩 좋지 못했다. 1회 2사 1루에서 견제 실책으로 1루주자 배정대가 3루까지 갔다. 2회에는 9이닝당 볼넷이 2개 남짓인 그가 1사 후 황재균 장성우 정준영을 상대로 3연속 볼넷을 내주는 모습도 보였다.
그래도 최원준은 1회 박병호를 삼진, 2회 김상수를 병살 처리하며 실점 없이 넘겼다. 그리고 두산 타선은 3회초 본격적으로 보답했다.
이번에도 시작은 정수빈이었다. 정수빈은 풀카운트 승부 끝에 볼넷을 얻어냈다. 이어 라모스의 우전안타, 양의지의 우익수 앞 빗맞은 안타가 나오면서 2점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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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타자 허경민의 중견수 희생플라이 때는 강승호가 절묘하게 태그를 피하는 슬라이딩을 선보였다. 3회에만 무려 6득점, 빅이닝이 연출됐다.
KT의 반격도 만만치 않았다. 3회말 멜 로하스 주니어가 투런포, 강백호가 솔로포를 쏘아올리며 3-7로 따라붙었다.
두산은 4회초 다시 정수빈의 2루타, 양의지의 적시타가 이어지며 1점, 5회초 강승호 허경민의 연속 안타에 이은 김인태의 희생플라이로 1점을 더 추가했다.
이강철 KT 감독은 고영표를 최대한 길게 끌고 갔지만, 5회 시작과 함께 연속 안타를 허용하자 결국 교체했다. 이날 고영표의 성적표는 4이닝 13피안타 9실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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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에도 접전은 계속됐다. 두산은 6회초 양석환, 7회초 라모스의 희생플라이로 1점씩 추가하며 11-5로 점수차를 벌렸다.
KT의 추격도 거셌다. 7회말 두산이 자랑하는 신인 필승조 김택연을 상대로 상대 실책과 로하스-박병호의 연속 볼넷으로 1사 만루 찬스를 잡았다. 강백호의 2루 땅볼로 1점을 얻는데 그친 점이 아쉬웠다.
8회말에는 KT 신본기가 이병헌을 상대로 깜짝 솔로포를 쏘아올리며 1점을 추가했다. 대수비-대주자 요원인 신본기는 2021년 KT 이적 이래 매년 홈런 1개씩을 때리고 있다.
9회말에도 두산 최지강을 상대로 2사 후 황재균이 볼넷, 김준태가 안타를 치며 마지막까지 추격의 고삐를 당겼다. 두산은 마무리 정철원을 올렸지만, 김민혁에게 볼넷, 신본기에게 밀어내기 볼넷을 허용하며 3점차까지 쫓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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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두산은 3안타를 친 선수만 4명(정수빈 양의지 김재환 강승호) 2안타 2명(라모스 양석환)까지, 멀티히트 6명으로 두산다운 팀 컬러를 제대로 보여줬다.
KT는 개막과 함께 악몽 같은 4연패에 직면했다. 로하스가 4경기만에 3개째 홈런을 쏘아올리며 절정의 컨디션을 과시했고, 강백호가 190일만에 홈런포를 가동했다. 끝까지 따라붙는 끈기도 빛났다. 하지만 '연패스토퍼' 고영표까지 무너진 점이 뼈아프다.
수원=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