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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러브 끈 하나가 ML 역사를 바꿔버렸다...제조사? 선수? 누구의 잘못인가

김용 기자

기사입력 2024-03-21 15:06


글러브 끈 하나가 ML 역사를 바꿔버렸다...제조사? 선수? 누구의 잘못…
20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MLB 월드투어 서울 시리즈 2024'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LA 다저스의 경기. 8회초 1사 1, 2루 다저스 럭스의 타구를 샌디에이고 1루수 크로넨워스가 놓치고 있다. 고척=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24.3.20/

[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메이저리그 개막전에서 나왔다고 믿기 힘든 장면. 누구의 책임인가.

프로야구 선수라면 경기에서 최고의 퍼포먼스를 발휘하기 위해 수많은 준비를 해야한다. 몸을 만들고, 훈련으로 좋은 폼을 만드는 것도 중요한데 또 중요한 게 장비다. 자신에게 잘 맞는 장비를 써야, 경기력이 올라갈 수 있다.

장비 선택도 중요하지만, 관리도 잘해야 한다. 경기에 지장을 주면 큰일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20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LA 다저스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공식 개막전에서 정말 말도 안되는 '대형사고'가 터졌다.


글러브 끈 하나가 ML 역사를 바꿔버렸다...제조사? 선수? 누구의 잘못…
사진캡처=쿠팡플레이 중계 화면
다저스의 8회초 공격. 2-1로 앞서던 샌디에이고가 희생플라이 실점으로 동점을 허용했다. 그래도 1사 1, 2루 위기를 막으면 경기 막판 승리를 노려볼 수 있었다.

하지만 어처구니 없는 실책 하나로 승기가 다저스쪽으로 넘어갔다. 개빈 럭스의 땅볼 타구를 1루수 제이크 크로넨워스가 빠뜨린 것.

그런데 그냥 타구를 못잡은 게 아니었다. 크로넨워스는 정확한 바운드로 글러브 속에 공이 들어가게 했다. 문제는 공이 글러브를 뚫고 나와버렸다는 것이다. 희대의 장면이었다.

야구 선수들의 글러브는 가죽으로 제작된다. 하나의 통으로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 긴 가죽들이 매듭으로 연결돼있거나 공간을 두고 마디마디가 결합된 구조다. 그래서 돌발 변수들이 생길 때가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게 마디 사이 틈으로 공이 끼어버리는 것이다. 타구에 회전이 워낙 많이 걸리다보니, 그 좁은 틈을 비집고 들어가는 것이다. 공을 빼기가 힘들어 글러브째 송구를 하는 경우가 메이저리그, KBO리그에서도 여러차례 나왔다.

그런데 타구가 글러브를 뚫고 가버리는 건 본 적이 없다. 그리고 이 장면 하나로 전 세계 팬들이 지켜보는, 한국에서 역사상 처음 열리는 메이저리그 공식 개막전 승패가 바뀌었다고 하면 샌디에이고와 크로넨워스 입장에서는 땅을 칠 일이다. 마이크 쉴트 감독은 샌디에이고 감독으로 데뷔승 기회를 날렸다. 쉴트 감독은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며 착잡해 했다.


글러브 끈 하나가 ML 역사를 바꿔버렸다...제조사? 선수? 누구의 잘못…
20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MLB 월드투어 서울 시리즈 2024'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LA 다저스의 경기. 8회초 1사 1, 2루 다저스 럭스의 타구를 샌디에이고 1루수 크로넨워스가 놓치고 있다. 고척=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24.3.20/

누구의 잘못일까. 글러브를 불량으로 제작한 업체 책임일까. 이렇게 약한 끈으로 글러브를 만들어졌다는 얘기가 돌면, 신뢰도에 치명타가 생길 수밖에 없다.

아니면 중요한 경기를 앞두고 자신의 장비를 꼼꼼히 챙기지 못한 크로넨워스의 잘못일까. 크로넨워스도 이런 일이 벌어질 거라 예상하지 못했겠지만, 어찌됐든 자신의 용품 관리를 철저하게 하지 못한 원론적 책임이 돌아갈 것이다.

아니면, 글러브 매듭이 끊어질 정도의 타구를 친 럭스가 승자인 것인가. 글러브 끈 하나가 메이저리그의 역사를 바꿨다.


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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