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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솔직히 타자로는 편해졌다. 투수들이 많이 힘들 것 같다."
4년 80억원이란 유강남의 몸값에는 20홈런을 기대하는 장타력도 있지만, 캐칭과 블로킹, 투수와의 소통 능력 호평의 지분이 더 크다.
올해 시범경기는 KBO리그 공식전 역사상 처음으로 ABS(자동 볼판정시스템)와 피치클락이 적용된채 치러지고 있다. 피치클락의 경우 아직은 시범 적용이지만, 어길시 '경고'가 나오기 때문에 선수들의 기량이나 마인드에 영향을 줄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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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날만 보면 예상과는 다른 모양새다. 유강남은 "생갭다 좁은 느낌"이라면서도 "같은 코스의 공은 끝까지 안 준다. 그런 일관성은 있다"며 웃었다. 유강남은 전날 5경기 하이라이트를 모두 챙겨봤다고.
첫날이라 그런지 ABS의 스트라이크, 볼 콜이 2~3번 나오지 않는 등 오류도 있었다. 유강남은 "우타자 바깥쪽은 좀 박한 것 같고, 몸쪽은 후하게 느껴진다. 존이 조금 비틀어진 느낌"이라며 "기계마다, 구장마다 존이 다르면 혼란이 더 커지지 않알까"라며 걱정했다.
하루종일 주의깊게 관찰했다며 뜻밖의 지점도 지적했다. 피치클락이 움직이기 시작하는 타이밍에 대한 노하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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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수 출신인 김태형 감독은 "포수의 경우 장비를 해제하고 나갈 시간을 충분히 줘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전날 경기 때는 유강남이 선두타자로 나설 타이밍이 되자 김태형 감독이 직접 주심에게 문의, 타석에 들어서는 시간을 늘려주기도 했다.
유강남은 "일부러 좀 천천히 나가봤는데, 심판 분들이 포수는 좀 혜택을 주시는 거 같다. 점차 좋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실 포수 입장에서도 저 뒤에 숫자가 돌아가니까 마음이 급해지더라. 균안이는 템포가 빨라서 괜찮았는데, 박진형은 거의 3~4초 정도 남았을 때 투구에 들어갔다. 그러다 경고받으면 흐름이 뚝 끊기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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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신수와 최정을 비롯한 몇몇 타자들은 ABS에 대한 부정적인 속내를 숨기지 않았다. 이들은 "타자에게 타격폼이란 게 있는데, 가령 앞으로 숙이면서 치는 타자의 경우 불리할 수 있다"며 걱정스런 속내를 드러냈다.
반면 나승엽, 윤동희 등 롯데 타자들은 "평소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고 평했다. 윤동희는 "몸쪽 높은 쪽에 뜻밖의 스트라이크가 나올 때가 있는데, 그것 말곤 괜찮은 것 같다"고 했다. 두 선수는 피치클락 역시 "여유가 있진 않은데, 적응할만하다. 그런데 '딴짓' 하면 바로 경고"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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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프로야구(MLB)조차 마이너리그 시험 운용에 그친 제도를 KBO리그가 전격적으로 1군 무대에 도입했다. 무엇보다 '공정성'에 초점을 맞춘 변화다. 앞서 4년간 퓨처스리그 운영을 통해 기술적인 안정성에 도달했다는 자평이다. 특히 양팀 공히 100% 일관된 존을 적용함으로써 공정하게 진행할 수 있다는 것.
선수들의 키를 일일이 실측하고, S존의 상단은 선수 신장의 56.35%, 하단은 27.64%다. 중간면과 끝면을 모두 통과해야 스트라이크로 판정된다.
좌우기준은 홈플레이트 크기(43.18㎝)에 좌우 2㎝를 확대적용하고, 중간면에서만 1번 판정한다. 그간의 스트라이크존과 최대한 비슷하게 맞춰가고자 하는 현장의 목소리를 받아들인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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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수는 주자가 없을시 18초, 있을 시 23초안에 공을 던져야한다. 타석 사이에는 30초 이내에 투구해야 한다. 타자는 8초가 되기 전까지 타격 준비를 끝내야한다. 아직은 경고에 그칠 뿐이다. 하지만 본격 시행시 규정을 지키지 못할 경우 수비는 볼, 타자는 스트라이크가 선언된다.
주자가 있을 경우 발을 빼거나 견제를 하면 피치클락이 초기화된다. 하지만 투수판 이탈(견제 포함)은 총 3번까지만 가능하다. 4번째 견제 때 주자가 세이프되면 보크가 선언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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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숭용 SSG 김독도 ""생갭다는 스트라이크존이 크지 않다. 높은 쪽 존이 넓어지리라 봤는데 그렇지 않았다"고 했다. 피치클락에 대해서는 "경기에 영향이 있을까봐 걱정했었다.(시간을 줄이는 것도 좋지만)선수들이 더 좋은 퍼포먼스를 보이는데 초점을 맞췄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부산=김영록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