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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숨가빴던 보름, KIA 타이거즈의 선택은 이범호였다.
KIA가 스프링캠프 이틀 전 감독 해임을 결정한 뒤, 다양한 인물이 후보군에 올랐다. 타이거즈 영구결번인 선동열 전 감독, 이종범 전 코치의 이름이 거론된 건 물론, 우승 경력을 갖춘 외부 지도자들도 물망에 올랐다. 중량감 있는 외부 인사 영입으로 흔들린 팀 분위기를 다잡고 우승을 목표로 하는 올 시즌에 탄력을 줄 것이라는 예상과 함께, 시즌이 코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의 변화가 자충수가 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공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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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감독은 지난달 22일 광주에서 최준영 대표이사와 심재학 단장, 1군 및 퓨처스 코칭스태프 전원이 참석한 2024시즌 전략세미나에 1군 타격 코치 신분으로 나섰다. 이 자리에서 지난 시즌 1군 타격 및 포지션별 강약점을 제시하고 올 시즌 팀이 목표로 향하기 위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지를 설명했다. 이 감독은 "타격 파트를 맡으면서 평소 선수들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알고 있으니 준비가 힘들진 않았다. 올해는 어떻게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을 어느 정도 갖고 있었고, (전략세미나에서 타 파트와) 대화를 나눠보니 비슷한 면이 많았다. 선수들도 공감했다"고 밝혔다. 이 감독은 타격 외에도 주루, 투수, 수비 등 현장에서 제시된 폭넓은 의견을 수렴하고 보완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새롭게 시도한 전략세미나에서 구체적인 전략 실행 방안을 준비해 발표한 이 감독의 역량이 이번 사령탑 선임을 주도한 최 대표와 심 단장에게 높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보인다. 공교롭게도 갑작스럽게 감독 해임 결정이 내려진 가운데 빠르게 선임 작업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이런 기억이 사실상 '1차 면접 패스' 효과를 만들어 냈다. 심 단장은 "이날 모든 코치진이 돌아가며 자신이 맡은 파트에 대한 스프링캠프 계획을 발표했는데, 이 신임감독이 굉장히 발표를 잘했다. 진취적인 시각을 선보였다. 그때 '아 이런 생각도 할 수 있구나' 싶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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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감독은 2000년 한화 이글스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했다. 2010년 일본 프로야구 소프트뱅크 호크스를 거쳐 2011년 KIA로 이적했다. KBO리그 통산 성적은 타율 2할7푼1리, 1727안타 329홈런 1127타점. 역대 통산 만루홈런 1위로 찬스에 강한 모습을 보였다. 2019년 KIA에서 은퇴한 이 감독은 소프트뱅크 및 미국 메이저리그 필라델피아 필리스 코치 연수를 거쳐 2021년 KIA 퓨처스(2군) 감독을 맡았다. 지도자 생활 4년차 만에 사령탑 자리에 올랐다.
이 감독이 새롭게 지휘봉을 잡게 되면서 KIA의 캠프 진행도 탄력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1차 스프링캠프 일정이 반환점을 돈 상황이지만 각 파트별 라인업이나 로테이션 등은 여전히 결정이 미뤄진 상태. 이 감독이 코치 신분으로 그동안 훈련지에서 각 파트 코치들과 내용을 공유해온 만큼, 결정 작업은 속도를 내게 될 것으로 보인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