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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이종서 기자] 두산 베어스가 확실한 2루수 자원을 찾을 수 있을까.
두산은 오재원이 자리를 비운 이후 2루수 고민이 깊었다.
2019년부터 오재원의 출장 빈도는 점점 낮아졌다. 타격에 강점이 있는 최주환과 나눠 자리를 지켰고, 결국 올 시즌 18경기 출장만 한 뒤 은퇴를 선언했다.
오재원과 함께 자리를 지켰던 최주환도 지난해 팀을 떠났다. 2020년 시즌 종료 후 FA 자격을 얻었고, SK 와이번스(현 SSG 랜더스)와 4년 총액 42억원에 계약했다.
두산은 최주환의 보상 선수로 강승호(28)를 지명했다. 어린 선수들이 성장할 때까지 중심을 잡아줄 수 있는 가교 역할을 바랐다.
2013년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전체 3순위)로 LG 트윈스에 입단한 강승호는 입단 당시 수비와 타격 준수한 내야수로 주목을 받았다.
LG를 거쳐 SK로 이적한 뒤 두산으로 오기까지 확실하게 자리를 잡지 못했던 그는 두산에서 2루수로 본격적으로 기회를 받기 시작했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강승호를 성장 가능성을 높게 샀다. 지난해 113경기에서 타율 2할3푼9리 7홈런에 그쳤지만, 김 감독은 "충분히 더 올라설 수 있는 선수"라며 기대를 숨기지 않았다.
강승호는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에서 2경기에서 타율 6할2푼5리(8타수 5안타) 4타점으로 맹활약을 펼치면서 '성장 예고편'을 보여줬다.
올 시즌 강승호는 한층 더 타격에서 강점을 보여줬다. 134경기에 나온 그는 타율 2할6푼4리 10홈런 13도루로 데뷔 첫 두 자릿수 홈런 및 도루를 기록했다.
수비 실책으로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되기도 했지만, 조금씩 자신을 향한 기대치를 채워갔다. 시즌 마지막 10경기에서는 타율 3할6푼6리 3홈런으로 물오른 타격감을 자랑했다.
올 시즌 두산의 비FA 선수 중 고과 1위는 강승호의 몫으로 돌아갔다. 전반적으로 팀 타선이 침묵했지만, 큰 부상없이 꾸준하게 역할을 했다는 점에서 높은 고과를 받았다.
정규시즌을 9위로 마친 두산은 지난 8년 간 팀을 이끌었던 김 감독과 결별하고 이승엽 감독 체제로 새출발을 한다.
대부분 포지션에서 경쟁을 예고된 상황. 고과 1위였지만, 강승호도 마냥 안심을 할 수 없는 처지다. 유격수 자원인 이유찬이 군 복무를 마치고 제대로 시즌을 준비하기 시작했고, 2루수와 유격수를 번갈아봤던 안재석은 이 감독이 공식적으로 기대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이 외에도 내야 유틸리티 플레이어 박계범을 비롯해 서예일 전민재 등 안정적인 수비력을 보여주고 있는 선수들도 충분히 1군에서 뛸 수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치열한 1군 오디션이 예고됐지만, 올 시즌 보여준 내용 만으로는 강승호가 한 발 더 앞서 있는 것도 사실이다.
시즌 막판 강승호는 "그동안 많이 쫓겼는데 자신감이 생기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강승호가 마지막에 채운 자신감만 잃지 않는다면 두산은 대형 2루수의 탄생을 기대해볼 수 있게 됐다.
이종서 기자 bellstop@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