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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팀 소집에, 이대호까지 설득했는데…황당한 MLB 투어 파행

나유리 기자

기사입력 2022-10-29 12:10 | 최종수정 2022-10-29 12:25



[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예고됐던 파행. 누가 책임을 질 것인가.

29일 오전 MLB인터네셔널 짐스몰 수석부사장이 '2022 MLB 월드투어 : 코리아 시리즈' 대회 취소를 공식 발표했다. KBO는 곧바로 이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다음달 11일부터 15일까지 부산 사직구장, 서울 고척돔에서 총 4경기를 치를 예정이었다. MLB에서 뛰는 선수들이 '팀 MLB'를 꾸리고, 한국에서는 영남권 3개팀인 '팀 KBO'와 대표팀으로 꾸려진 '팀 코리아'가 각각 1경기와 3경기를 맞상대할 예정이었다. 이벤트성 경기지만, 메이저리그 선수들이 한국에 온다는 점. 그리고 내년 3월에 열릴 WBC 대표팀이 호흡을 맞추는 자리라는 점에서 주목 받았다.

그러나 끝내 파행이었다. 'MLB인터네셔널'은 "그동안 MLB는 한국 내 이벤트 프로모터와 계약 관련한 몇 가지 이슈들을 해결하기 위해 시간을 가지고 노력해왔다"며, "안타깝게도, 현실적인 측면에서 보았을 때 한국의 팬들이 당연히 누려야 할 높은 수준의 경기를 마련하기 힘들다고 판단하여, 예정되었던 투어 일정을 취소해야만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쉽게 말해, 한국팬들에게 관심을 끌만큼의 '슈퍼스타' 섭외가 되지 못했고, 저조한 흥행에 결국 취소라는 결단을 내린 것이다.

MLB도, 국내 주관사도 안일하게 생각한 측면이 있다. 공개된 'MLB 월드투어' 티켓 가격은 국내 어떤 특급 공연에서도 볼 수 없는 비싼 금액이었다. 사직과, 고척의 좌석 등급별 가격이 동일 했는데, 가장 비싼 중앙탁자석 메인 자리의 가격이 무려 39만원이었다. 이밖에도 1루 탁자석(사직)이 35만원, 내야석(고척돔)이 25만원, 외야지정석(사직)이 7만원, 3,4층 외야석이 6만원이었다. 휠체어석(4만원)을 제외하고, 가장 저렴한 외야 자리가 6~7만원이었다.

아무리 한국 국가대표팀이나 메이저리거들을 보고 싶어도, 가뜩이나 경기 불황인 가운데 이 가격을 주고 이벤트성 경기를 보러갈 수 있는 팬들이 얼마나 되겠는가. 실제로 티켓 오픈이 열린지 한참 지났지만 예매 사이트에서는 빈 자리가 수두룩 했다. 예매가 된 자리가 극소수에 불과했다.

애런 저지, 오타니 쇼헤이, 마이크 트라웃 같은 '슈퍼스타'들이 왔다면 상황은 조금 달랐을지 모른다. 그래도 열광적인 반응까지는 기대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냉정히 말해 국내 시장에서는 메이저리그보다 KBO리그의 인기가 더 높다. 해외축구와는 관심도가 다르다. 그런데 주최측이 발표한 현재까지의 참가 메이저리거 명단에서 가장 유명한 선수는 아이러니컬 하게도 김하성이었다. 대단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기 힘들 수밖에 없었다.

MLB 사무국도 조건에만 관심이 있었을 뿐, 실질적으로 선수 섭외에 대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는 '물음표' 투성이다. WBC 대표팀은 졸지에 예정돼 있었던 연습 경기 일정이 취소되면서, 전력 검증 없이 최종 엔트리를 발표해야 할 상황에 놓였다.


처음 'MLB 월드투어'가 확정 발표됐을 당시, 표현 문구는 '100년만에 메이저리그 올스타가 한국을 찾는다'였다. 100년 전에는 한국에 야구가 본격적으로 보급되기도 전이었고, 서양사람을 만나기 조차 힘들었다. 그때와 지금은 다르다지만, 이렇게 허무하게 취소될 이벤트였나 하는 생각까지 감출 수는 없다.

핵심 책임은 MLB 인터네셔널과 주최 업체 측이 지게 될 확률이 높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MLB 사무국이 한국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너무나 잘 알 수 있는 해프닝(?)이다. 지난달 부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는 짐 스몰 부사장과 송선재 MLB 한국 지사장은 물론이고 허구연 KBO 총재와 박형준 부산시장까지 참석해 열의를 보였다. 대표팀을 소집하고, 은퇴한 이대호를 설득해 경기를 뛰게끔 했지만 결국 이렇게 쉽게 취소되고 말았다. 허무한 결말이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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