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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필라델피아 필리스는 현존 메이저리그 30개팀 중 역사가 6번째로 역사가 길다.
1883년에 내셔널리그에 참가하기 시작했으니 올해가 140번째 시즌이다. 그러나 월드시리즈 우승은 2번 밖에 못 해봤다. 그것도 월드시리즈가 도입된 1903년 이후 77년 만인 1980년 첫 우승을 차지할 수 있었다. 1980년 당시 양 리그 26팀 가운데 월드시리즈 우승 경험이 없는 곳은 필라델피아를 빼면 모두 창단 20년 이하의 신생팀들이었다. 즉, 그해 '무관'의 세월이 가장 길었던 팀이 필라델피아였다는 소리다.
필라델피아는 시즌 막판 밀워키 브루어스와 와일드카드 3위 자리를 놓고 피말리는 접전을 벌인 끝에 승리해 내셔널리그 포스트시즌행 막차를 탔다. 물론 올해 리그별로 6팀으로 늘린 포스트시즌 확대의 덕을 본 측면도 있다.
포스트시즌 들어서도 필라델피아는 중부지구 1위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 디펜딩챔피언 애틀랜타 브레이브스를 각각 와일드카드 시리즈에서 2승, 디비전시리즈에서 3승1패로 꺾고 리그 챔피언십시리즈(NLCS)에 진출했다.
그리고 역시 돌풍이 강력했던 샌디에이고 파드리스를 맞아 압도적인 경기를 펼치며 대망의 월드시리즈에 올라섰다. 24일(이하 한국시각) 홈구장 시티즌스뱅크파크에서 열린 5차전에서 하퍼의 극적인 역전 투런홈런을 앞세워 4대3으로 승리한 필라델피아는 시리즈 전적 4승1패를 기록했다.
2009년 이후 13년 만의 월드시리즈행에 성공한 필라델피아는 2008년 이후 14년 만에 정상을 노크할 수 있게 됐다. ESPN은 이날 필라델피아의 내셔널리그 챔피언 등극 논평에서 '야구는 기록과 독특한 성과를 소중히 여긴다. 필라델피아가 6번 시드로 월드시리즈에 진출한 역사상 1호 팀이 됐다'고 전했다.
필라델피아를 이끌고 있는 투타 핵심은 하퍼와 에이스인 잭 휠러다. 하퍼는 올해 가을야구 들어 11경기에서 타율 0.419, 5홈런, 11타점, 10득점, OPS 1.351을 마크했다. 생애 첫 NLCS인 이번 일전에서는 5경기에서 타율 0.400(20타수 8안타), 2홈런, 5타점, 4득점의 맹타를 휘두르며 시리즈 MVP에 선정됐다. 13년 3억3000만달러에 FA 계약을 맺고 이적한 뒤 처음으로 가장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는 것이다.
올해 처음으로 포스트시즌 마운드에 선 휠러도 이번 NLCS 1차전과 이날 5차전에 선발등판해 7이닝 무실점, 6이닝 2실점으로 에이스의 몫을 했다. 이번 포스트시즌 4경기에서 1승1패, 평균자책점 1.78을 기록 중이다.
1번 시드로 가을야구에 진출하며 우승 꿈에 부풀었던 LA 다저스는 필라델피아와는 대조적인 행보로 일찌감치 탈락했다. 정규시즌서 팀 역대 최다인 111승을 올리며 전체 승률 1위로 포스트시즌에 오른 다저스는 와일드카드 시리즈를 거치지 않고 디비전시리즈에 직행했지만, 정규시즌서 12승5패로 압도했던 샌디에이고에 1승3패로 무릎을 꿇었다.
프레디 프리먼은 "정규시즌서 80승을 하든 120승을 하든 의미가 없다"며 강한 실망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필라델피아는 정규시즌서 다저스보다 24승이 적은 87승에 머물렀지만, 포스트시즌 들어서는 집중력 넘치는 플레이로 9승2패로 고공행진 중이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