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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두 번의 신인 드래프트 낙방, 대졸 뒤 이어진 긴 육성 선수 생활.
어디까지나 야구를 할 기회가 주어졌을 뿐, 보장된 내일은 없었다. 기회는 드래프트 상위 픽 선수들이 먼저 가져갔다. 퓨처스(2군)팀에서 기량을 갈고 닦는 수밖에 없었다. 그 결과 입단 2년차에 퓨처스팀 주전 자리를 차지할 수 있었다. 당시 김인환과 동고동락했던 윤승열 전력분석원은 "인환이는 퓨처스에서부터 다른 것 안하고 묵묵히 운동만 했던 선수다. 지금 1군에서 보여주는 모습과 다를 게 없다"며 "퓨처스에서도 그렇고 준비된 상태에서 기회가 오면 놓치지 않고 잡는 스타일이다. 언제나 평정심을 유지하면서 꿋꿋하게 잘 버텨왔다는 생각이 든다"고 돌아봤다.
퓨처스 주전 자리를 잡은 뒤 1군에서 기회도 생기기 시작했다. 퓨처스리그 5경기 연속 홈런을 만든 2018년엔 첫 1군 콜업의 감격을 맛봤지만, 4경기 만에 다시 서산행 버스에 올랐다. 2019년에도 1군 콜업을 받았지만, 18경기 출전에 그쳤다. 김태균 이성열 등 쟁쟁한 베테랑 선배들이 포지션을 지킨 가운데, 김인환이 설 자리는 없었다.
전역 후 경기 감각을 끌어 올리는 데 집중한 김인환은 지난 5월 2일 1군 콜업됐다. 이번에도 1군에서 '스쳐 지나갈 것'이란 예상이 대다수였지만, 김인환은 갈고 닦은 멘탈과 장타력을 앞세워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의 눈도장을 찍었고, 그대로 남은 시즌을 완주했다. 올 시즌 1군 최종 기록은 113경기 타율 2할6푼1리(398타수 104안타), 16홈런 54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722. 생애 첫 두 자릿수 홈런 및 100안타 시즌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풀타임 1군 첫 시즌에 거둔 성과. 1군-퓨처스 통합 육성을 시작하며 '흙속의 진주'를 캐내기 위해 지속적으로 리포트를 주고 받으며 기회를 제공한 수베로 감독-최원호 감독의 협업, 한화가 구축한 육성 시스템이 이뤄낸 결실이기도 하다.
김인환은 "예전엔 쫓긴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는데, 올해는 처음 1군 올라올 때부터 편안한 마음으로 경기에 나갔다"며 "내가 계속 1군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면서 다른 육성선수들에게 '포기하지 않으면 기회는 온다'는 희망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독수리 둥지는 기회의 땅이었다. 연습생 신화를 일군 장종훈, 배팅볼 투수에서 에이스로 변신한 한용덕 등 피땀어린 노력으로 기회를 만들었던 쟁쟁한 선배들이 거쳐간 무대다. 올 시즌엔 김인환이 그 계보를 이어 받았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