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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시장에 나간다, 그래도 '선제적 구애' 시늉 나쁠 건 없다

노재형 기자

기사입력 2022-10-11 00:46 | 최종수정 2022-10-11 05:20


뉴욕 양키스 애런 저지가 지난 5일(한국시각) 텍사스 레인저스와의 더블헤더 2차전에서 1회초 시즌 62호 홈런을 터뜨리고 있다. AP연합뉴스

[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뉴욕 양키스가 월드시리즈 직후 FA로 풀리는 애런 저지에 대한 구애를 일찌감치 시작했다.

브라이언 캐시먼 양키스 단장은 클리블랜드 가디언스와의 디비전시리즈 개막을 이틀 앞둔 10일(이하 한국시각) ESPN 등 현지 언론 인터뷰에서 "금단지(a pot of gold)가 있다. 금이 얼마나 들어있는 지 아직 결정하지 않았지만, 그건 분명히 금단지'라며 '저지에게 잘 어울리는 아주 큰 단지임이 틀림없다. 더 커질 수도 있다"고 밝혔다. FA 저지를 위한 메가톤급 계약을 준비하고 있다는 뜻이다.

양키스는 올시즌 개막을 앞두고 7년 2억1350만달러를 제안했다. 저지가 받아들일 리 없는 장기계약을 던진 것은 올시즌 활약에 따라 계약 규모를 결정하겠다는 걸 보여준 것 뿐이다. 뉴욕포스트는 당시 '저지가 연평균 3600만달러 이상에 9~10년 계약을 원하는 것 같다'고 했다.

저지로서는 나쁠 것이 없는 7년 계약을 마다하며 도박을 벌인 셈인데, 결과적으로는 더이상 좋을 수 없는 대성공으로 시즌을 마무리했다. 아메리칸리그 한 시즌 최다 홈런 기록을 세우고 131타점, 타율 0.311로 트리플크라운에 근접하는 성적까지 올렸다. 아메리칸리그 공격 11개 부문서 1위에 올랐다.

ESPN은 '브라이언 캐시먼 단장은 애런 저지가 홈런 신기록으로 금과녁을 맞혀 그를 잡기 위한 가격이 올랐다는 걸 잘 알고 있다'고 전했다.

캐시먼 단장은 "그는 올시즌 엄청난 활약을 펼치며 많은 선택지를 앞에 뒀다. 우리는 협상에서 이기를 바란다. 그 날은 특별한 날이 될 것이다. 시즌 전부터 누차 얘기했고, 지금 다시 얘기하고 당신도 들어야 한다. 우리는 애런 저지가 뉴욕 양키스에 잔류하기를 정말 원한다. 또다른 특별한 날이 될 것"이라면서 저지와의 재계약 의지를 내보였다.

저지의 생각은 어떨까. 그는 시즌 개막을 앞두고 "평생 양키스 선수로 남고 싶다고 여러 번 밝혔다. 양키스에 우승컵을 받치고 싶다. 팬들을 위해 그러고 싶다. 나에겐 고향이나 마찬가지"라면서도 "올해 말 난 FA가 된다. 30개팀과 모두 얘기할 수 있다. 양키스도 그중 한 팀이 될 것"이라고 했다. FA 시장을 적극 공략하겠다는 뜻이다.

물론 우선 협상권은 양키스가 갖고 있다. 퀄리파잉 오퍼를 제시하고 수락 여부가 나올 때까지 양키스는 독점적으로 저지의 마음을 살 수 있다. 월드시리즈 종료 후 15일 간이다.


양키스가 저지와의 재계약을 자신하고 초특급 대우를 해주겠다는 것은 결국 건강에 대한 확신이 섰기 때문이라고 봐야 한다. 캐시먼 단장은 "저지는 건강하면 뭐든 할 수 있다는 걸 올해 잘 보여줬다. 올해를 포함해 최근 몇 년 동안 아주 건강했다"고 했다.


LA 에인절스가 장기계약 의지를 표명했음에도 오타니 쇼헤이는 내년 시즌 후 FA 시장에 나갈 공산이 크다. AFP연합뉴스
저지와 MVP를 다투는 LA 에인절스 오타니 쇼헤이도 최근 구단으로부터 장기계약 의지를 언론 보도를 통해 전달받았다. 페리 미나시안 에인절스 단장은 지난 7일 ESPN 인터뷰에서 "내년 계약을 일찌감치 마친 건 '제1 스텝'에 불과하다"면서 "앞으로 더 많은 일들을 밟게 될 수 있기를 바란다. 우리는 오타니를 사랑하며 그를 장기계약으로 잔류시키는 것만큼 우리를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것은 없다"고 밝혔다.

에인절스와 오타니는 지난 2일 3000만달러에 내년 계약을 일찌감치 마무리했다. 연봉조정선수로는 역대 최고 연봉이다. 그 직후 장기계약 의지를 오타니를 향해 던진 것이다.

내년 시즌 후 FA 자격을 얻는 오타니를 그 이전 장기계약으로 묶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그러나 구단 매각 변수와 불투명한 전력 등 오타니가 잔류할 만한 명분이 사라진 상황. 내년 FA 시장에 무조건 나간다고 봐야 한다.

양키스와 에인절스는 '칼자루'가 저지, 오타니에게 넘어갔다는 걸 잘 알고 있다. 그렇다고 선제적 재계약 의지 표명이 나쁠 것은 없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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