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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정 지킨 롯데가 올겨울 승자? 2023 샐러리캡 도입 '순리대로' 가능성↑ [SC시선]

김영록 기자

기사입력 2022-09-27 12:25 | 최종수정 2022-09-29 05:51


'미리 보는 한국시리즈' 25일 SSG-LG전을 보기 위해 랜더스필드를 가득 메운 야구팬들. 인천=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22.9.25/

[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내년부터 도입되는 KBO리그 샐러리캡, 올 겨울 승자는 '순리대로' 준비해온 롯데 자이언츠가 될까.

지난 27일 열린 KBO 실행위에서는 2023년 첫 시행 예정인 샐러리캡(팁별 연봉 제한)의 적용 범위를 두고 KBO리그 10개 구단 관계자간의 열띤 논의가 이뤄졌다. 일부 구단에서 당초 합의됐던 샐리리캡 조항에 대해 이의를 제기했기 때문이다.

샐러리캡은 하드캡과 소프트캡으로 나뉜다. 전자는 상한선을 절대 넘기면 안된다. 후자는 상한을 넘길 수는 있되 벌금이나 지명권 불이익 등이 주어진다.

KBO 샐러리캡은 '소프트캡'이다. 2019년 11월 샐러리캡 도입이 확정됐고, 2020년 1월 세부 규정이 발표됐다.

상한선은 있되, 제재를 감수하며 넘길 방법도 있다. 당시 규정된 샐러리캡의 상한액은 '2021~2022년의 외국인, 신인선수를 제외한 각 구단의 연봉 상위 40명 평균 금액의 120%'였다. 첫 상한선 초과시 초과금의 50%를 제재금(일명 사치세)으로 내고, 2년 연속일 때는 제재금 100%에 1라운드 지명권이 10개 구단 중 가장 마지막 순서(전체 10순위)로 바뀐다. 3년 연속일 때는 제재금이 150%까지 오른다.

만약 4년 연속 규정을 어기면? 이에 대한 제재 방안은 아직 없다. 당시 2023년부터 3년간 샐러리캡을 시행한 뒤 세부 규정에 대해 KBO 이사회에서 재논의하기로 했기 때문.

무리한 지출 경쟁보다 건전한 재정의, 모기업 의존도를 낮춘 '진짜 프로스포츠' 리그를 만들자는 대의에 모두가 공감했다. 그런데 첫 시행도 이뤄지기 전에 벌써 비프음이 났다. '샐러리캡 기준이 비현실적'이란 비판이 나오면서부터다.


지난 7월 KBO 올스타전이 열린 잠실구장을 가득 메운 야구팬들. 허상욱 기자wook@sportschosun.com/2022.07.16/
발표 당시의 샐러리캡 상한액은 여유가 있었다. 하지만 이후 몇몇 팀의 거액 투자가 이뤄지면서 문제가 생겼다. 샐러리캡의 기준이 '평균' 금액인 만큼 당연한 일이다.


LG 트윈스는 2022년 박해민(4년 60억원), NC 다이노스는 양의지(4년 125억원) 이용찬(3+1년 27억원) 박건우(6년 100억원) 손아섭(4년 64억원) 등 FA를 줄줄이 영입했다. SSG 랜더스는 최주환(4년 42억원) 추신수(1년 27억원) 김광현(4년 151억원)을 영입하고, 비FA 박종훈(5년 65억원) 문승원(5년 55억원) 한유섬(5년 60억원)과도 다년 계약을 체결했다.

이들이 '샐러리캡 기준이 너무 낮다'며 한탄하는 이유는 하나 더 있다. 올겨울 SSG는 이재원, LG는 서건창 유강남 임찬규 채은성, NC는 박민우 양의지가 FA가 된다. 최소 제재금 액수 상승이 예상되는 부분.

구자욱과 비FA 계약(5년 120억원)을 맺은 삼성 라이온즈, 나성범(4년 150억원)을 영입한 KIA 타이거즈, 박병호(3년 30억원)를 영입한 KT 위즈, 내부 FA 잡기에 주력해온 두산 베어스는 샐러리캡에 여유를 두고 투자했다. 한화 이글스, 롯데 자이언츠, 키움 히어로즈처럼 샐러리캡 이후를 대비하며 숨죽인 팀도 있다.

특히 샐러리캡 시행을 앞두고 몸집 줄이기에 전념해온 롯데는 이 같은 변경 논의가 당황스럽다. 롯데는 2019년 샐러리캡 발표 당시 연봉 총액 1위였다. 10개 구단 중 유일하게 100억원을 넘겼다.

하지만 이후 롯데는 꾸준히 몸집을 줄이며 2023년을 준비했다. 전준우(4년 34억원) 안치홍(2+2년 56억원)과의 FA 계약, 손아섭 계약 포기 등 샐러리캡의 유동성에 초점을 맞춘 기조를 이어갔다. 올 겨울 대대적인 투자에 나서기 위한 기반을 갖추는데 주력했다. 올해 연봉총액은 8위다. 아래에는 키움과 한화 뿐이다.

애초에 3년 유예기간을 둔 이유는 시행 전까지 재무구조를 개선하라는 것. 그 기간 동안 '지른' 팀들의 기준에 맞춰 현실성 부족을 지적해선 곤란하다.


도곡동 KBO회관. 스포츠조선DB
샐러리캡 시행까지 아직 시간이 있다. 규모를 늘리거나, 상한선을 올리거나, 다양한 예외 규정(exception)을 만드는 등 다양한 논의가 진행중이다.

하지만 '순리대로 가자'는 의견이 차츰 힘을 얻고 있다. 예정대로 시행해보고 부족한 점을 논의하자는 것.

지난해 FA 등급제 예외규정으로 인한 '두산 FA 보호법' 논란, 시즌 전 공지와 다른 코로나19 대처로 전반기를 조기 종료하는 물의를 일으켰던 과거가 부담이 됐을 수 있다.

한국 프로스포츠를 대표한다는 프로야구, 그 최고 권위 기관인 만큼 '프로'다운 결정이 필요하다. 규정대로 사치세 내고, 제재를 겪고 나면 자연스럽게 '프로'다운 재무 관리가 정착될 것이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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