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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애런 저지가 없나? 투고타저 노력의 아이러니[SC핫이슈]

나유리 기자

기사입력 2022-09-28 07:15 | 최종수정 2022-09-28 07:29


18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KBO리그 SSG와 LG의 경기가 열렸다. 1-2위팀 간 대결에 많은 관중들이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인천=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2022.08.18/

[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지난 몇년 간 KBO리그의 선결 과제는 투고타저였다.

KBO(한국야구위원회)는 공인구의 반발 계수를 일정한 수치로 유지할 수 있게끔 노력했고, 스트라이크존 확대 등 난타전을 줄일 수 있는 여러 방안들을 모색해왔다. 야구가 1020세대의 관심을 끌기 위해서는 경기 시간을 줄여야 하는데, 타격전이 많을 수록 경기 시간 단축과는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또 '경기 수준'에 대한 지적도 꾸준히 나왔다. 2000년대 후반부터 약 10년간 최고의 호황기를 누렸던 KBO리그는, 동시에 '극심한 타고투저가 리그의 질을 떨어트린다'는 비난을 늘 받아왔다. 경기 시간이 지나치게 늘어지고, 투수들의 성적은 엉망이었다. 각종 '투고타저'용 제안들이 쏟아졌을 때, 타자들의 불만이 컸지만 대다수의 의견은 '그동안 타자들이 너무 잘해왔으니 이제 투수들도 먹고 살아야 한다'였다.

2018시즌에는 10개 구단 체제 이후 최다인 1756개의 홈런이 쏟아졌다. 200홈런을 넘긴 팀이 3팀이나 나왔고, 팀당 평균 홈런 개수가 175개에 달했다. 너무 많은 홈런은 타자들의 기술 향상도 있겠지만, 투수들의 질적 저하로 이어진다는 분석이 있었다. 이 시기를 시작으로 국제 대회에서 대표팀의 부진이 이어지자, 투수 경쟁력을 향상시킬 필요가 있다는 결론이 났고 투고타저를 지향점으로 삼았다. 투고타저만이 경기력 질적 향상과 시간 단축을 동시에 잡을 수 있는 길이라고 여겼다. 실제로 그 지향점을 중심으로 각종 규정들을 만들어왔고, KBO리그는 꽤 많은 홈런 감소 효과를 봤다.

하지만 아이러니 하게도, 홈런 감소가 팬들의 흥미 감소로 이어졌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절대적 비교 수치가 될 수는 없겠지만, 2018시즌 경기당 홈런 개수는 2.44개였다. 하지만 올 시즌 경기당 홈런 개수는 1.50개다. 거의 평균 1개 가까이 차이가 난다. 무조건 홈런이 경기를 뒤집을 만큼 많이 쏟아져야 팬들이 흥미를 느낀다는 것은 결코 아니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올해 메이저리그와 일본프로야구에서 젊은 거포들의 맹활약이 이어지면서 마침 '홈런'이 비교 포인트가 됐다. 현재 메이저리그의 최고 이슈가 뉴욕 양키스의 '슈퍼 스타' 애런 저지의 60홈런과 타격 '트리플 크라운'이다. 일본에서는 야쿠르트 스왈로스의 2000년생 거포 무라카미 무네타카가 프로야구 첫 5연타석 홈런을 포함해 55홈런을 쏘아올리며 최연소 50홈런 기록과, 단일 시즌 일본인 최다 홈런 기록을 새로 썼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상대적으로 KBO리그의 홈런 경쟁이 심심하게 느껴진다. 올 시즌 '유력 홈런왕'은 KT 위즈 박병호다. 박병호의 홈런 개수는 33개고, 2위인 삼성 라이온즈 호세 피렐라가 26홈런으로 뒤를 잇고 있다. 박병호를 제외하면, 30홈런 타자가 전무한 상황이다. 기존 '거포'들의 홈런 개수가 20개 초반으로 감소하면서, 홈런 레이스 역시 전체적으로 심심해졌다. 박병호의 초반 독주가 워낙 월등하기도 했지만, 따라오는 추격자들의 페이스가 더뎠다고 보는 것이 더 정확하다. 이로써 KBO리그는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40홈런 타자 배출에 실패할 전망이다. 박병호는 현재 부상으로 이탈해 시즌 최종전 무렵에 복귀가 가능하다. 지난해 홈런 1위는 35홈런을 기록한 SSG 랜더스 최 정이었다.

KBO리그의 고민은 내년에도 계속될 전망이다. 리그를 주도하는 20대 초반 젊은 타자들 중에 '거포형' 타자는 사실상 전멸이다. 제 2의 이승엽, 제 2의 박병호가 나오지 않고 있다. 리그의 흐름 자체가 그렇게 가고 있다. 프로야구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도가 계속 하락하는 상황에서 어떻게든 흥미를 끌기 위한 방안을 찾는다면, 적극적인 타격전 역시 방법 중 하나다. 그러기 위해서는 또 대단한 변화를 택해야 한다. 메이저리그의 경우, 수비 시프트 금지와 투구 사이 시간 제한 등 투수들에게 불리한 새 제도들을 도입하면서 선수들의 반발이 적지 않다. 그러나 미국 역시 젊은 층의 야구에 대한 관심이 크게 떨어지면서 고안해낸 대안이다. KBO 역시 같은 딜레마에 빠지게 됐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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