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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스포츠조선 권인하 기자]LG 트윈스의 외국인 에이스 케이시 켈리의 트레이드 마크는 장발의 머리와 덥수룩한 수염이다. 무더운 여름에도 긴 머리와 수염은 그대로다.
처음부터 그렇지는 않았다. 2019년 처음 LG에 왔을 때는 정돈된 깔끔한 머리에 수염도 깎지 않은 말끔한 모습이었다. 그러다가 곧바로 수염을 기르기 시작했고, 시즌을 치를 수록 켈리의 수염은 덥수룩해졌다. 2020년부터 머리도 기르기 시작했다. 스프링캠프 때부터 머리가 모자 밖으로 나온 약간의 장발이었는데 이후 갈수록 장발이 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금의 켈리가 됐다. 이젠 3년 전의 말끔했던 켈리가 기억나지 않는다.
어떤 에이스라도 5이닝을 버티지 못하고 강판되는 일은 흔하다. 하지만 켈리에겐 너무 낯선 경험. 그에게 자부심을 줬던 기록이기에 부진으로 인해 깨졌다는 것이 그에겐 힘든 사건이었다.
그러나 켈리는 다시 일어섰다. 우천 노게임 등 우천으로 인해 등판이 미뤄졌고, 15일만인 20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에 등판해 6이닝 무실점의 쾌투로 키움전의 아픔을 지웠다.
켈리는 "이전 키움전서 좋지 않아서 그걸 떨쳐내는 데 굉장히 어려운 시간을 보냈다"라고 했다. "그때의 감정을 오래 담아두고 싶지 않았다"는 켈리는 "그럴수록 운동에 더 집중하고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기 위해 노력했다"라고 말했다.
분위기 전환을 위해 이발을 생각하지 않았냐는 질문에 "그 생각이 마음속에 한번은 스쳐갔던 것 같다"면서 "기록이 깨지고 나서 잘라야 하나 말아야 하나라고 생각했었는데 긴 머리로 공을 던지는게 케이시 켈리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것이니 한국에서는 이대로 계속 던지겠다"라고 밝혔다.
잠실=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
무려 75경기 동안 5이닝 이상을 던졌던 케이시 켈리는 지난 5일 키움 히어로즈전서 8안타 7실점의 부진으로 3이닝만에 마운드를 내려갔다.
2020년 5월 10일 NC 다이노스전서 2이닝만 던지고 내려간 이후 2년 3개월만에 경험한 일이다.
75경기 연속 5이닝 이상 피칭은 KBO리그 신기록이다. 켈리가 그동안 등판마다 신기록을 경신하고 있었다. 어느새 5이닝은 켈리의 자존심과 같은 것이 됐었다.
그 기록이 무너졌을 때의 충격이 클 수도 있었다.
그러나 우천 취소 등으로 인해 켈리는 충분한 휴식을 할 수 있었고, 잘 준비했고, 호투로 한번의 부진을 곧바로 만회했다.
켈리는 20일 잠실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의 홈경기서 선발등판해 6이닝을 5안타 3볼넷 5탈삼진 무실점으로 막아내고 승리투수가 됐다. 시즌 13승을 기록해 SSG 랜더스 윌머 폰트와 다승 공동 1위가 됐다.
켈리는 지난 16일 불펜 피칭에서 평소보다 2배 가까이 많은 공을 뿌렸다. LG 류지현 감독은 "켈리가 불펜 피칭 때 보통 30개 정고를 던지는데 이때는 50∼60개 정도를 던졌다고 보고 받았다"라고 했다. 아무래도 피칭 간격이 늘어지다보니 감각을 찾기 위해 더 많이 던졌다고 볼 수 있다.
그래도 켈리는 초반에 제구잡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1회초 1번 김인태와 3번 양석환에게 볼넷을 허용해 1사 1,2루의 위기로 출발했다. 다행히 4번 호세 페르난데스를 유격수앞 병살타로 처리하며 한숨 돌렸다.
이후 안정적인 피칭을 이어갔다. 2,3회 안타를 1개씩 허용했으나 위기는 없었다. 4-0으로 앞선 4회초엔 안타 2개로 2사 2,3루의 위기를 맞았으나 8번 안권수를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마무리. 5회와 6회에도 주자를 1명씩 보내긴 했으나 별다른 어려움 없이 무실점으로 끝냈다. 96개를 던졌는데 최고 151㎞의 직구를 30개 던졌고, 커브 18개, 투심 18개, 슬라이더 15개, 체인지업 14개, 커터 1개를 섞었다.
켈리는 경기 후 "이전 키움전의 좋지 않은 내용을 기억 속에서 떨쳐내는데 굉장히 어려운 시간을 보냈지만 오늘 등판에 집중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는데 잘 된 것 같아 만족스럽다"라고 소감을 말했다.
켈리는 올시즌 두산전에서만 4승(1패)를 기록하면서 두산 킬러로 올라섰다. LG가 상대전적 9승4패를 거둬 8년만에 두산과의 상대전적에서 우세를 보인 것에는 켈리의 활약이 컸다. 켈리는 "모든 게임에서 책임감을 가지고 던진다"면서도 "두산은 같은 야구장을 쓰는 라이벌이라 조금 더 신경을 쓴다. 두산에 이기면 더 좋다. 팬들의 응원소리가 더 에너지가 넘치고 (라이벌)분위기가 조성되는 것 같다. 이번에 두산에 우위를 보인 것에 굉장히 만족스럽다"라며 웃었다. 잠실=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