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안타율 꼴찌 투수의 민낯, 5일 로테이션 특혜는 없다

노재형 기자

기사입력 2022-08-10 07:11 | 최종수정 2022-08-10 07:12


KT 위즈 오드리사머 데스파이네는 규정이닝을 넘긴 투수 23명 중 피안타율 꼴찌다. 수원=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

[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KBO리그 최고의 이닝 이터는 KT 위즈 오드라시머 데스파이네였다.

KT 입단 첫 시즌인 2020년 207⅔이닝을 던져 이 부문 1위를 차지했다. 그런데 내용을 들여다 보면 사정은 좀 다르다. 그해 그는 35경기 가운데 34경기에 선발로 나섰다. 시즌 마지막 등판인 한화 이글스전 구원 ⅔이닝을 빼면 선발로 207이닝을 던졌다. 선발 평균 6.09이닝을 소화한 셈이다.

보통 평균 7이닝 이상은 던져야 '이닝 이터'라 칭하는데, 한참 부족한 수치였다. 그러나 데스파이네는 그해 분명 '이닝 이터'로 각광받았다. 자주 등판했기 때문이다. KT와 계약할 때 그는 5일 등판을 요구했다. KBO리그는 월요일이 휴식일이기 때문에 6일 로테이션이 일상이다. 5일 로테이션은 화요일 선발투수가 일요일에 나설 때만 적용된다. 한데 데스파이네는 어느 요일이든 5일 로테이션을 고집했다. 특정 투수를 5일 로테이션으로 돌릴 경우 다른 선발투수는 등판 간격은 뷸규칙해지지만, KT는 이를 받아들였다. 첫 시즌은 성공적이었다.

두 번째 시즌인 2021년에도 데스파이네는 5일 로테이션을 원칙으로 삼았다. 33경기에 선발등판해 188이닝을 던졌다. 이닝 평균은 5.70이닝으로 떨어졌으나, 그래도 풀타임 로테이션을 꾸준히 소화하며 13승10패, 평균자책점 3.39를 마크했으니 에이스로 제 몫을 한 셈이다.

게다가 KT는 데뷔 2년차인 소형준과 군에서 막 제대한 고영표에게 충분한 휴식을 줄 필요가 있어 데스파이네의 5일 로테이션은 효과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올시즌 데스파이네는 이닝 이터라고 부르기 민망할 정도로 쇠약해졌다. 9일 현재 선발 20경기에서 113⅓이닝을 투구해 선발 평균 5.67이닝을 마크 중이다. 작년보다 평균 이닝은 더 떨어졌고, 등판 회수도 상대적으로 줄었다. 롯데 자이언츠 찰리 반즈가 23번, SSG 랜더스 윌머 폰트와 KIA 타이거즈 양현종, NC 다이노스 드류 루친스키 등은 21번 선발등판했는데, 데스파이네는 그들보다 적다.

난타를 당하기 일쑤다 이닝을 버텨내기가 버겁다. 6이닝 이상 책임진 경기가 절반인 10경기 밖에 안되고 퀄리티스타트는 7경기에 불과하다. 평균자책점 4.37은 규정이닝을 넘긴 투수 23명 중 21위이고, 피안타율 0.305는 꼴찌다. 부상을 당하지 않았는데도 말이다.

더이상 에이스가 아니다. 올시즌 KT 원투 펀치는 소형준과 고영표다. 이날 현재 소형준은 19경기에서 11승2패, 평균자책점 2.76, 고영표도 19경기에서 10승5패, 평균자책점 2.76으로 각각 데뷔 후 최고의 시즌을 보내고 있다. 투구이닝은 소형준이 124이닝, 고영표가 127이닝으로 데스파이네보다 훨씬 많이 던진다.


KT는 전반기에 데스파이네에게 5일 로테이션을 적용했다. 그러나 후반기 들어서는 새 외인투수 웨스 벤자민을 1선발로 삼고 로테이션을 운영 중이다. 벤자민은 6월 합류해 7경기에서 2승2패, 평균자책점 3.08, 33탈삼진을 마크 중이다. 7월 이후 5경기 중 4경기가 퀄리티스타트다.

데스파이네는 올해도 5일째 등판서 평균자책점이 가장 좋다. 5일 간격이 평균자책점 3.27, 6일 간격 4.55, 7일 이상이 6.26이다. 이는 다른 투수들도 마찬가지다. 소형준의 경우 5일 간격 0.41, 6일 간격 2.69, 7일 이상 간격 3.79를 기록했다. 데스파이네 때문에 잘 던지고 있는 든든한 선발 3명의 등판 간격을 조정할 필요가 이제는 전혀 없다. .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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