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같은 KBO 탈삼진왕 출신인데, 스트레일리 왜 실패했나

노재형 기자

기사입력 2022-08-03 10:08 | 최종수정 2022-08-03 10:30


댄 스트레일리가 롯데 자이언츠로 돌아온다. 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롯데 자이언츠가 댄 스트레일리(34)를 재영입한 건 후반기 막판까지 승부를 걸어보겠다는 의지를 담은 것이다.

스트레일리는 2020년 KBO리그 탈삼진왕 출신이다. 롯데와 계약한 첫 시즌 그는 31경기에 선발등판해 15승4패, 평균자책점 2.50, 205탈삼진을 기록하며 단번에 리그를 정복했다. 다승 공동 3위, 평균자책점 2위, 탈삼진 1위였다.

롯데와 재계약에 성공한 그는 그러나 지난해 10승12패, 평균자책점 4.07, 164탈삼진으로 주춤했다. 구위가 떨어졌다기보다 간파당한 측면이 크다. 롯데는 3년째 재계약을 추진했지만, 스트레일리의 마음은 메이저리그 도전이었다.

그랬던 스트레일리가 1년도 안 돼 다시 한국으로 돌아오기로 한 것이다.

그는 지난 2월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 마이너리그 계약을 맺고 메이저리그 도전에 나섰다. 스프링캠프에서 선발 경쟁을 벌였지만 4경기에서 평균자책점 6.57로 부진을 보이며 마이너리그에서 시즌을 맞았다. 그러나 트리플A 리노 에이시스에서도 15경기 동안 3승3패, 평균자책점 6.35로 부진을 보이며 결국 방출(released)당했다. 본인의 요청이었는지 모르지만, 빅리그 입성이 불가능해진 건 분명했다.

그는 왜 실패했을까. 우선 스프링캠프에서 이렇다 할 인상을 심어주지 못한 게 한계였다. 마이너리그 내려가서도 좀처럼 안정을 찾지 못했다. 불안한 제구와 가벼운 구위가 원인이었다. 9이닝 당 볼넷이 4.33개로 커리어를 통틀어 최고치를 찍은데다 피홈런이 14개나 됐다.

앞서 롯데에서 두 시즌 동안 평균자책점 3.22, 9이닝 당 볼넷 2.93개를 올렸던 모습과는 거리가 멀었다. 지난 1일 리노 구단이 그를 방출하자 NBC는 '지난 2년간 KBO리그에서 보여준 투구를 감안하면 애리조나에서 상황이 다르게 진행된 건 놀랍다'고 했다.

스트레일리는 직구, 슬라이더, 체인지업, 커브를 구사하는 전형적인 포피치 스타일이다. 롯데 시절 직구 평균 구속은 145.9㎞였다. 올해 트리플A에서 구속은 알 수 없다. 하지만 2019년 볼티모어 오리올스에서 평균 90.2마일(145.2㎞), 커리어 하이였던 2017년 마이애미 말린스에서 90.4마일(154.5㎞)과 크게 다르진 않았을 것으로 관측된다. 애초 빠른 공으로 승부하는 스타일은 아니라는 소리다.


스트레일리처럼 KBO리그 탈삼진왕을 거친 메릴 켈리(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 좋은 비교가 된다. 켈리는 SK 와이번스에서 4년을 활약했다. 2017년 16승7패, 평균자책점 3.60, 189탈삼진을 올리며 절정의 기량을 과시했다.

그는 SK 입단 당시 빅리그 경험이 없었다. 27세의 젊음이 무기였다. KBO리그의 정교하고 끈질긴 타자들에 단련된 그는 구속도 최고 153㎞, 평균 148㎞까지 끌어올리며 2018년 시즌을 마치고 애리조나의 러브콜을 받았다.

4년 1450만달러에 계약한 그는 올시즌 개막을 앞두고 2024년까지 2년 1800만달러에 연장계약했다. 3일 현재 21경기에서 10승5패, 평균자책점 2.87을 마크하며 커리어 하이를 보내고 있다. 매디슨 범가너를 제치고 사실상 팀 에이스가 됐다.

스트레일리의 커리어는 켈리와 정반대다. 이미 빅리그에서 풀타임 선발 2시즌을 포함해 8년을 뛰고 한국으로 왔다. KBO리그에서 성장세가 이어졌다고 보기 어렵고, 올해 미국으로 돌아가서는 오히려 '에이징 커브'가 찾아왔다고 봐야 한다. 스트레일리가 롯데의 바람에 부응할 지 지켜볼 일이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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