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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난 파워다. 배트 끝에 걸린 진해수의 슬라이더가 쭉쭉 뻗어나갔다. 치는 순간 홈런을 직감했다. 프로 3년차이며 올해 6월 8일 1군에 처음 이름을 올린 전의산이 오른손을 번쩍 들어 더그아웃을 가리키며 홈런 세리머니를 했다.
그런데 뭔가 이상했다. 1루 베이스를 밟고 지나가며 환호하는 전의산을 조동화 코치가 멀리서 멀뚱멀뚱 지켜보기만 했다. 긴가민가한 상황. 어쨌든 전의산은 2루까지 열심히 달렸다. 2루에 도착해서야 전의산은 홈런이 아니란 걸 알았다. 타구가 좌중간 펜스 상단을 맞고 튀어 나온 것. 1타점 2루타. 대주자로 교체된 전의산이 많이 아쉬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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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준우에겐 미안하지만, 그 장면이 또 떠올랐다.
2013시즌 5월 15일 부산 NC와 롯데 경기. 롯데가 2점 차로 뒤진 9회말 1사 1루. NC 이민호를 상대로 전준우가 큼직한 타구를 쏘아 올렸다.
타자들은 맞는 순간 홈런을 직감한다. 화끈하게 배트를 던진 전준우가 더그아웃을 가리키며 끝내기 세리머니를 시작했다. 하지만 사직구장의 홈런 도둑, 바람이 문제였다. 외야 쪽에서 불어오는 강한 바람에 밀린 타구가 펜스 앞에서 좌익수에게 잡히고 말았다.
어이없어하는 전준우를 오히려 NC 선수들이 위로했다. 미국 방송에까지 소개된 이 장면으로 전준우는 일약 월드스타로 등극했다.
최근 또 하나의 헤프닝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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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구가 펜스를 맞고 튀어 나오자 뒤늦게 뛰기 시작한 푸이그는 1루에서 넘어지고도 무리하게 2루로 달리다 결국 태그아웃되고 말았다. 홍원기 감독은 다음 날 엔트리에서 푸이그를 제외하며 경고했다. 푸이그는 자신의 불성실한 플레이에 대해 선수단에 사과해야 했다.
전의산은 푸이그처럼 산책 주루를 하다 어이없이 아웃되진 않았다. 전준우처럼 타구가 잡혀 머쓱해질 일도 생기지 않았다. 하지만 '타자는 타격 후 전력 질주해야 한다'는 기본기를 '살짝' 어겼다고 볼 수 있다.
대주자로 교체돼 더그아웃에 들어온 전의산을 코치와 일부 선수들은 웃으며 격려했다. 반면 무언의 메시지로 어린 선수의 잘못된 태도를 경고하는 고참들의 모습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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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G가 과감하게 1루수 크론을 방출하고 미국 메이저리그 골든글러브 수상자 출신의 외야수 라가레스를 영입할 수 있었던 것도 전의산의 활약 덕분이다. 전의산은 단숨에 신인왕 후보군에 이름을 올렸다. SSG의 취약한 1루 포지션을 전의산이 책임져야 하는 상황이다.
좌투수에 약한 모습을 보였던 전의산은 전반기 마지막 경기였던 14일 키움전에서 좌완 김재웅을 상대로 홈런을 쏘아 올렸다. 27일 경기에서도 LG 좌완 진해수를 상대로 큼직한 2루타를 때려냈다. 전의산이 그렇게 환호한 장면이 이해가 가는 부분이다.
'산'처럼 큰 덩치의 타자가 아이처럼 해맑게 웃는다. 누구도 혼내기가 쉽지 않을 듯하다. 그래도 타자는 전력 질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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