쐐기타에 터진 팬의 울음…창단 후 최대 굴욕이 남겼던 마음의 짐 [고척 리포트]

이종서 기자

기사입력 2022-07-24 23:04 | 최종수정 2022-07-25 04:00


24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 키움 히어로즈 경기. 삼성이 8대0으로 승리하며 13연패에서 탈출했다. 선수들이 기쁨을 나누고 있다. 고척=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22.7.24/

[고척=스포츠조선 이종서 기자] 답답했던 마음을 뚫어내는 한 방. 팬의 눈에서도 눈물이 고였다.

삼성은 24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와의 원정경기에서 8대0으로 승리했다.

삼성으로서는 모처럼 느낀 승리의 기쁨이었다.

삼성은 지난달 29일 대구 KT 위즈전 이후 승리를 잊었다. 패배는 차례로 쌓여갔고, 여느덧 창단 이후 최다 연패인 10연패를 지나 13연패까지 도달했다.

올스타브레이크가 함께 찾아오면서 한 달 가까이 삼성의 승리 기억은 가물해졌다.

선수의 마음은 물론 응원하는 팬들도 고통의 시간이었다. 인터넷 게시판에는 삼성의 부진한 경기력을 비판하는 글이 매일같이 이어졌다.

마음고생은 25일 만에 끝났다. 선발진 막내 허윤동이 6이닝 무실점으로 데뷔 첫 퀄리티스타트(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피칭을 하면서 버텼다.

그사이 오재일이 2회 2루타와 5회 투런포를 날리면서 어깨를 가볍게 해줬다.


3-0 리드로 6회말. 그동안 후반에 무너진 것을 감안하면 삼성으로서는 마음을 놓을 수 없던 상황이었다.

마음고생은 6회에 끝났다. 만루 찬스를 잡은 삼성은 밀어내기 볼넷 두 개로 5-0을 만들었다. 이후 오재일은 양 현을 상대로 홈런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정타가 만들었다.

타구는 고척돔 중앙 펜스 상단을 직격했다. 홈런은 안 됐지만, 주자 3명이 들어오기에 넉넉했다.

8점 차. 오재일의 적시타가 터지는 순간 중계화면에서 눈물을 흘리는 삼성 팬의 모습이 잡히기도 했다. 선수단 못지 않은 마음 고생을 했던 팬의 마음을 느낄 수 있던 한 장면이었다.

삼성은 불펜진이 실점없이 남은 이닝을 정리하면서 마침내 연패 터널에서 벗어났다.

경기를 마친 뒤 오재일은 팬을 향해 미안한 마음을 전했다. 오재일은 "한국시리즈 MVP가 됐을 때보다 더 벅차다"라면서도 "마지막에 이겼을 때도 정말 좋아했지만, 팬들에게 너무 죄송해서 마냥 좋아하지 못했다"고 이야기했다.

허삼영 삼성 감독 역시 마음이 무겁기는 마찬가지였다. 허 감독은 "원정 응원석을 파랗게 물들여준 팬, 경기를 시청하면서 응원해준 팬 등 모두에게 감사드린다"라고 전했다.

삼성은 26일부터 포항에서 한화 이글스와 3연전을 치른다. 허 감독은 "승리를 계기로 후반기 보다 나은 경기를 보이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고척=이종서 기자 bellstop@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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