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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종 에이스 불펜' 승부수 실패…'타구 직격→선발 교체' 불운의 스노우볼 [잠실리포트]

김영록 기자

기사입력 2022-07-24 20:20 | 최종수정 2022-07-24 20:21


24일 잠실야구장에서 KBO리그 두산과 SSG의 경기가 열렸다. 5회 이닝을 마치고 마운드를 내려오는 두산 이영하. 잠실=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2022.07.24/

[잠실=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이영하(25)가 불펜에서 대기한다. (선발 등판을 준비하는)불펜투구 대신 1이닝, 20구 정도 던질 예정이다."

우천으로 등판이 미뤄진 선발투수. 팀을 대표하는 주축투수가 불펜으로 나섰다. 선발투수가 컨디션 관리차 던지는 불펜 투구를 실전에서 소화한다는 명분이다. 선수 본인이 원했다.

하지만 사령탑 입장에선 선발투수가 평소와는 다른 루틴을 소화하는 자체가 도전이다.

24일 SSG 랜더스전을 앞두고 만난 두산 베어스의 김태형 감독은 이영하의 불펜 대기 소식을 알리며 "1이닝을 20구 안으로 막아주길 바라는데, 해줄 수 있을까?"라며 바람 담은 미소를 지어보였다.

이영하는 전날 선발등판이 예정돼있었지만, 경기가 우천으로 취소됐다. 하루 늦게 경기에 나서는 대신 주중 롯데 자이언츠전을 겨냥해 등판을 미루고, 대신 이날 컨디션 관리차 등판한 것. 선발 곽 빈의 올시즌 SSG 상대전적(3경기 18이닝 평균자책점 3.50)이 나쁘지 않다는 점에서 승부를 건 선발 교체이기도 했다.

SSG 폰트와 두산 곽 빈. 선발 매치업은 명백하게 SSG 쪽으로 쏠렸다.

두산은 1회말 김재환과 박세혁이 잇따라 투런포를 쏘아올리며 기선을 제압했다. 하지만 이후 폰트는 특유의 안정감을 되찾고 6회까지 추가 실점없이 역투했다.

반면 SSG는 2, 4회초 전의산과 김강민의 솔로포로 추격에 나섰고, 5회 집중타로 3점을 따내며 승부를 뒤집었다.


24일 잠실야구장에서 KBO리그 두산과 SSG의 경기가 열렸다. 5회 이닝을 마치고 마운드를 내려오는 두산 이영하. 잠실=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2022.07.24/

두산으로선 선발 곽 빈이 3회 SSG 이재원의 투수 강습 타구에 맞아 교체된 것이 불운의 시작이었다. 자신을 향한 타구를 막으려다 오른 손바닥에 맞은 것. 얼얼한 통증이 쉽게 가실리 없다. 결국 두산은 이후 최승용 김명신 이현승 등 불펜투수들을 차례로 동원하는 총력전을 펼쳤다.

예상대로 이영하의 등판 타이밍은 이날의 승부처였다. 두산은 5회초 1사 후 추신수의 볼넷에 이은 최지훈의 1타점 3루타로 1점차까지 쫓겼다. 승기를 놓치지 않기 위한 두산의 선택은 이영하였다.

하지만 일이 기대한대로 풀리지 않았다. 이영하는 첫 타자 최 정에게 몸에 맞는 볼을 내줬다. 다음 타자 한유섬을 삼진으로 잡았지만, 박성한에게 2타점 적시타를 내주고 말았다. 결국 두산은 4대5로 패배, 이번 시리즈 루징과 더불어 2연패를 기록했다.

이영하가 시즌 17승, 평균자책점 3.64를 기록하며 '국가대표 우완 선발'로 자리잡은 게 2019년. 하지만 이후 이영하는 그 영광을 좀처럼 재현하지 못하고 있다. 2020년과 2021년 모두 선발로 시작해 불펜으로 강등되며 각각 5승11패6세이브, 5승6패1세이브2홀드에 그쳤다.

올해는 전반기 17경기에 선발등판, 89이닝을 소화하며 평균자책점 4.25를 기록했지만, 후반기 첫 등판부터 아픔을 맛봤다.


잠실=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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