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승장구하던 호랑이굴 수호신의 첫 고비, 스탭업 가능할까

박상경 기자

기사입력 2022-07-12 00:50 | 최종수정 2022-07-12 10:50


2022 KBO리그 한화 이글스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가 10일 광주KIA챔피언스필드에서 열렸다. 9회초 2사 만루 KIA 정해영이 마운드를 내려가며 양현종의 격려를 받고 있다. 광주=허상욱 기자wook@sportschosun.com/2022.07.10/

[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성장통이 찾아온 걸까.

KIA 타이거즈 마무리 투수 정해영(21)에겐 지난 10일 광주 한화전은 다소 자존심이 상할 만했다. 3점차 리드를 안고 등판한 9회말 아웃카운트 1개를 남기고 마운드를 내려왔다. 앞서 2아웃을 잡는 동안 볼넷 2개에 안타 1개를 내주면서 2사 만루 위기에 몰렸다. KIA 김종국 감독은 정해영 대신 전상현을 마운드에 올렸고, 전상현이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가져가면서 세이브를 챙겼다. 세이브 직전의 마무리 투수를 마운드에서 내리는 건 좀처럼 보기 드문 일. 투수 본인에게도 자존심이 적잖이 상할 만한 장면이었다.

정해영은 8~9일 한화전에서도 세이브를 챙기는 과정에서 잇달아 동점 위기를 맞았다. 야수 호수비 덕택에 세이브를 챙겼으나 볼넷-안타로 이어지는 불안한 투구를 펼쳤다. 3연전 마지막 경기에서도 같은 장면이 반복된 가운데, 실점으로 이어지면 팀 뿐만 아니라 선수 본인에게도 치명타가 될 수 있다는 판단을 벤치에서 내린 것으로 해석해 볼 만하다. 보배와 같은 젊은 마무리 투수를 지키기 위한 판단이라고 볼 수도 있다.

김 감독은 주말 3연전에서 드러난 정해영의 부진 원인을 등판 간격에서 찾았다. 팀이 8연패를 당하는 동안 개점휴업 상태였다가 오랜만에 마운드에 오른 만큼 감각 면에서 둔해질 수밖에 없었던 게 3연전에 영향을 끼쳤다고 봤다. 다만 정해영이 지난달에도 5~6일 간격으로 마운드에 오르는 상황에서도 흔들림 없는 모습을 보여주며 세이브를 챙겼던 장면을 돌아본다면, 한화전에서의 흔들림을 단순히 감각 문제로만 보긴 어려운 측면도 있다.

올 시즌 정해영은 빠른 승부로 이닝을 삭제했다. 4월 8경기 8이닝 동안 단 1개의 볼넷도 내주지 않았고, 6월 10경기 12이닝에서도 볼넷은 1개 뿐이었다. 볼넷 수가 가장 많았던 5월(11경기 11이닝, 6개)과 비교하면, 7월(3경기 2⅔이닝, 4개) 페이스는 다소 우려를 가질 만하다. 데뷔 첫 해 0.567이었던 외야 타구 비율이 지난해 0.464로 낮아졌으나, 올해 0.537로 다시 상승한 점도 꼬집어 볼 만하다.

데뷔 시즌이던 2020년 정해영은 11홀드를 챙기는 과정에서 볼넷 감소라는 숙제를 얻은 바 있다. 지난해 구속 향상과 자신감 있는 투구로 34세이브를 거뒀고, 올 시즌에도 전반기가 채 지나기 전 20세이브를 돌파하면서 타이거즈의 수호신으로 입지를 굳혔다. 큰 굴곡 없이 성장해왔지만, 상대의 분석은 더 집요해질 수밖에 없었던 점을 고려해볼 때 고비는 언젠가 찾아올 부분이었다.

LG와의 전반기 3연전에서 정해영이 반등 포인트를 찾을지에 관심이 쏠린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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