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영 인터뷰]부진할 땐 2군에 가고 싶었어요…욕 대신 응원해주신 팬들이 고맙고, 눈치 안 주고 조언해주시는 류지혁 박찬호 선배님 감사해요

민창기 기자

기사입력 2022-07-11 11:03 | 최종수정 2022-07-11 11:03


10일 광주 한화전. 8회말 KIA 김도영이 안타를 치고 있다. 광주=허상욱 기자wook@sportschosun.com

5회초 1사 1루 KIA 유격수 김도영이 한화 이진영의 땅볼타구를 잡아 2루 베이스를 밟고 있다. 광주=허상욱 기자wook@sportschosun.com

광주=허상욱 기자wook@sportschosun.com

최고 신인으로 꼽혔던 KIA 타이거즈 내야수 김도영(19)은 시즌 초반 큰 좌절을 맛봤다. 시범경기에서 펄펄날던 '슈퍼루키'가 정규시즌이 시작되자 맥을추지 못했다. 선배들을 제치고 개막전 선발 유격수로 나섰는데, 부진이 계속됐다. 벤치에서 경기를 시작할 때가 많았다. 주 포지션이 아닌 3루수로 나서야 했다.

'공수주'를 다 갖춘 '특급루키'의 성장통. 김종국 감독은 우직하게 밀고 나갔다. 좌고우면하지 않고 1군에서 적응하게 했다. 현재가 미래를 만든다.

꾸준히 경기에 나갔다. 경험이 쌓였다. 조금씩 달라졌다. 본인 표현대로 '어리버리'했던 신인선수가 적응해갔다.

최근 타격감이 좋아 타율을 끌어올렸는데, 여전히 2할대 초반이다. 아직까지 깜짝놀랄만한 퍼포먼스를 보여주진 못했다. 하지만 빈틈이 보였던 내야 수비가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 빠른 발을 활용한 주루 플레이, 기동력으로 팀 공헌도를 높여가고 있다. 착실하게 성장과정을 밟아 업그레이드가 진행되고 있다.

10일 광주 챔피언스필드에서 만난 김도영은 "안 좋았을 때 힘들긴 했지만 팬들이 욕보다 격려를 해주셨어요. 더 잘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라고 털어놨다.

이날 프로 데뷔 100일째를 맞은 김도영을 위해 몇몇 팬들이 피자를 보내고 커피를 들고 찾아왔다. 최악의 부진에 빠졌을 때도, 그를 위로하고 지지했던 고마운 우군들이다.

가장 유력한 신인왕 후보. 시범경기 때 맹활약이 기대치를 높였다. 이 때문에 시즌 초반 좌절감이 더 컸을 것이다.

"타격폼을 바꿔봤어요. 배트를 눕혀보기도 하고 낮춰보기도 했어요. 그런데
9일 광주 한화전. 8회말 1사 1루 KIA 김선빈 타석 때 1루주자 김도영이 2루 도루를 성공하고 있다. 광주=허상욱 기자wook@sportschosun.com

9일 광주 한화전. 5회말 2사 1,2루에서 KIA 김선빈의 적시타 때 김도영이 홈으로 파고들어 세이프되고 있다. 광주=허상욱 기자wook@sportschosun.com

9일 광주 한화전. 4회초 무사 1,3루에서 KIA 3루수 김도영이 한화 최재훈의 타구를 잡아 병살로 연결하고 있다. 광주=허상욱 기자wook@sportschosun.com
원래 타격폼으로 돌아오게 되더라고요."


시범경기와 페넌트 레이스, 전혀 달랐다. 시범경기는 어디까지는 준비의 시간이다. 상대투수들은 투스트라이크 이후에도 뻔한 스트라이크를 던졌다. 쳐보라는 듯 편하게 승부했다. 하지만 시즌이 시작되자 달라졌다. 좋은 공이 안 들어왔다. 끊임없이 유인구로 배트를 유도했다.

"힘들 땐 2군에 가고 싶었어요. 다시 준비해보고 싶은 마음이 컸어요. 그런데 선배들이 무조건 참고 1군에서 버티라고, 2군에 있는 것 보다 1군에서 보고 배우는 게 좋다고 말씀해 주셨어요."

부진이 깊었는데도 2군행은 없었다. 가시방석에 앉아있는 기분이었을 것이다.

프로에 와 달라진 건 하나 더 있다. 아마추어 땐 유격수로만 뛰었다. 워낙 특출한 내야수다보니 따로 변화를 줄 필요가 없었다.

3루 수비는 아마 때 한번도 못해봤단다. 프로에 와서 처음으로 3루수로 나섰다. 시즌 초반 3루수로 나서던 주전 유격수 박찬호가 제 자리로 돌아갔다. 3루수로 출전하다보니 이제 3루 수비도 편해졌다고 한다.

"류지혁 박찬호 선배에게 가장 큰 영향을 받았어요. 못해도 눈치 안 주고 잘 할 수 있게 도와주셨어요. 예를 들자면 유인구에 고전할 때 도움이 되는 조언을 해 주셨어요. 물어볼 게 있으면 자주 찾아가 물어봐요. 그때마다 좋은 이야기를 해주세요."

팀 선후배 사이라고 해도 프로에선 모두 경쟁자다. 시즌 초반 박찬호는 갓 들어온 신인선수에 밀려 유격수 자리를 내놨다. 류지혁도 김도영이 입단해 입지가 좁아졌다. 그런데도 선배들은 후배에게 손을 내밀었다. 10일 한화 이글스전에 '2루수 박찬호-3루수 류지혁-유격수 김도영'으로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


9일 광주 한화전 3회말. 김도영이 2사 2루에서 안타를 터트리고 있다. 광주=허상욱 기자wook@sportschosun.com

8일 광주 한화전 5회말. 무사 1루에서 김도영이 2루 도루를 성공하고 있다. 광주=허상욱 기자wook@sportschosun.com
최근에는 수비와 주루 플레이 뿐만 아니라 공격도 좋다. '공수주' 중 가장 약했던 부분을 채워가고 있다.

지난 10경기에서 22타수 7안타 타율 3할1푼8리, 2홈런, 2타점, 5득점, 3도루를 기록했다. 이 기간에 4사구 6개를 얻었고, 최근 5경기 연속 안타를 쳤다. 또 한화 이글스와 주중 3연전에선 도루 4개를 시도해 3개를 성공시켰다. 공격적인 주루 플레이로 상대 수비를 압박했다. 8연패 중이던 KIA는 지난 주말 3연전을 스윕했다. 3경기 모두 역전승을 거뒀다.

김종국 감독은 "자신의 강점을 살려 상대를 압박하기를 바랐는데 잘 해주고 있다. 김도영은 '공수주' 모두 매우 재능이 뛰어난 선수다. 자신감을 찾아가고 있다. 경기에 자주 나서 플레이를 하다보면 밸런스가 좋아져 타격까지 좋아진다"고 했다.

이제 막 첫발을 뗐다.

19세.

루키 김도영.

다음 경기가 기대된다.


광주=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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