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첫 100구' 3년차 투수, 사령탑에 "한 명만 더" 애원한 이유는[대전 토크]

박상경 기자

기사입력 2022-07-07 17:46 | 최종수정 2022-07-08 04:39


◇한화 남지민. 대전=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

[대전=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감독 입장에서 어떻게 거절하겠나."

팀보다 위대한 선수는 없다. 하지만 때론 선수의 성장과 도약을 위해 팀이 힘을 모을 때도 있다.

한화 이글스 3년차 투수 남지민(21)은 6일 대전 NC 다이노스전에서 5⅓이닝 3실점했다. 총 투구수 104개. 2020년 2차 1라운드로 한화 유니폼을 입은 남지민이 1군 무대에서 가장 많은 공을 던진 날이었다. 팀이 2-3으로 뒤진 6회초 1사후 마운드를 내려온 남지민은 7회말 대타 이진영의 동점 솔로포로 패전 위기에서 벗어났다.

당초 남지민의 역할은 5회까지였다.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은 5회까지 97개의 공을 던진 남지민을 마운드에서 내리고 6회부터 불펜을 가동할 계획이었다. 5회를 마치고 더그아웃으로 돌아온 남지민에게 다가간 수베로 감독은 "수고했다"고 인사를 건넸다. 교체를 암시한 것.

그런데 남지민은 수베로 감독을 붙잡고 통사정을 시작했다. 남지민은 수베로 감독에게 "110개까지 던지고 싶다"고 말했다.

6이닝-100구 이상은 모든 선발 투수의 목표. 앞선 12경기에서 단 1승(7패)에 그쳤던 남지민에게 1점차 열세 상황에서 더 던지고 싶은 욕심이 생길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긴 했다. 수베로 감독은 남지민에게 "네게는 올해 1년이 아닌 앞으로 10년 이상의 야구 인생이 남아 있다"며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남지민이 밝힌 이유는 다른 방향이었다. 6회초 선두 타자로 나설 NC 도태훈을 지목한 남지민은 수베로 감독에게 "올 시즌 도태훈을 상대로 성적이 좋지 못했다. 도태훈만은 반드시 잡고 마운드를 내려오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도태훈은 앞선 두 경기서 남지민을 상대로 5타수 3안타 1홈런을 기록한 바 있다. 앞선 두 타석에서 남지민은 도태훈을 각각 뜬공 처리한 바 있다.

수베로 감독은 이 일화를 소개하면서 "선수가 이렇게 이야기하는데 감독 입장에서 어떻게 거절할 수 있느냐"며 "남지민이 끈질긴 승부 끝에 결국 도태훈을 삼진으로 잡았다. 비록 팀은 패했지만, 가장 큰 수확은 남지민의 이런 모습이었다"고 미소를 지었다. 이어 "사실 수치적인 면에서 본다면 남지민은 여전히 나아져야 할 부분이 많아 보인다. 하지만 남지민에 대한 내부 평가는 굉장히 좋다. 계속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며 "남지민은 어린 나이지만, 굉장히 위대한 시즌을 보내고 있다. 계속 성장한다면 앞으로 한화 선발진의 한축을 맡아줄 선수가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대전=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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