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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내가 분명 '졸렬택'도 넣었는데…"'
KBO 리그 통산 최다안타(2504개)의 주인공이자 LG 트윈스의 3번째 영구결번. 3일 영구결번식을 치르는 박용택은 별명이 참 많은 선수다.
하지만 경기전 취재진과 만난 박용택의 입에선 뜻밖의 이야기가 나왔다. 그는 "'졸렬택'을 왜 아무도 안했나"라며 펄쩍 뛰었다.
'졸렬택'은 박용택 평생의 흑역사이자 짐이다. 2009년 타격왕 당시의 에피소드다. 시즌 마지막 경기에 LG와 롯데가 맞붙었는데, 당시 타격왕 경쟁자였던 롯데 홍성흔은 4볼넷 1뜬공을 기록했다. 반면 박용택은 출전하지 않고 타격왕을 따냈다. 지상파 방송에서 '졸렬한 타율관리'라고 비판하면서 붙은 불명예스런 별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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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박용택은 "(정)우영이가 골랐는데, 팬들 반발이 컸다고 한다"면서 "난 항상 그 별명을 내 입으로 꺼낸다. 특히 오늘이 롯데전 아닌가. 내 방식대로 푸는 건데…오늘 졸렬택이 없어 아쉽다"는 속내를 드러냈다.
"난 KBO리그에서 가장 팬들과 가깝고 편한 야구선수였길 바란다. 영구결번만 봐도 김용수 선배는 전설, 이병규 형은 슈퍼스타 아닌가. 나는 못할 때는 언제든 욕할 수 있고, 대신 남이 욕하는 건 못참고. 잘할 땐 그 누구보다 응원하고 사랑을 많이 받은 선수였던 것 같다."
경기 후 고별사에서도 '졸렬택' 이야기가 나왔다. 박용택은 "아직 롯데팬들도 계시냐"고 물은 뒤 "제가 그 순간 졸렬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저 진짜 졸렬한 사람 아니다"라며 마음속 깊은 상처를 내보였다.
그렇다면 그가 가장 좋아하는 별명은 뭘까. 박용택은 "역시 용암택이 가장 좋죠"라며 웃었다. 방망이가 뜨거울 만큼 잘 친다는 의미다. 이날 '용암택'은 김현수가 달았다.
한국시리즈 우승의 염원을 이루지 못한 것은 평생의 한으로 남았다. 박용택이 한국시리즈 무대를 밟은 건 신인 시절인 2002년이 처음이자 마지막이다. 박용택은 이날 경기전 미팅에서도 후배들에게 "우승 없이 은퇴한 설움은 은퇴하고 나면 더 절실하게 느껴진다. 올해 LG가 그 설움을 끊는 시작이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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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택은 2002년 LG에 입단, 2020년 은퇴하기까지 19시즌 동안 LG 한 팀에서만 뛴 원클럽맨이다. KBO리그 통산 최다안타(2504개) 최다 경기(2236경기) 최다 타석(9138타석) 최다 타수(8139타수) 누적 1위 기록을 쌓았다. 역대 최초 200홈런 300도루, 10년 연속 타율 3할, 7년 연속 150안타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골든글러브 4회(2009 2012 2013 2017)의 영광도 거머쥐었다.
"내가 '졸렬한' 타격왕이 된게 한국 나이 31세 때다. 후배들에게 '하루하루 잘 버텨라. 오늘 말고 내일을 봐라. 포기하지 않고 노력해라'라고 말하고 싶다. 지금도 충분히 잘하고 있고, 잘 버티다보면 앞으로 더 많은 사람들에게 인정받을 수 있다."
잠실=김영록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