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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축선수가 야구를 못하면 비판과 비난을 감수해야 한다. 관심이 없으면 기대도 없고 실망도 없다. 그냥 무관심으로 묻혀간다. 한화 이글스 내야수 하주석(28)은 다르다. 2012년 신인 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이글스 유니폼을 입은 하주석은 올 시즌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경기 직후 곧바로 자신이 더그아웃에서 던진 헬멧이 튀어 머리를 맞은 웨스 클레멘트 수석코치에게 사과를 했다. 징계가 나오자 바로 벌금을 계좌이체했다.
올 시즌 참 안 풀린다. 시즌 초반 타격감이 괜찮았는데 운이 안 따랐다. 잘 맞은 타구가 야수 정면으로 날아갈 때가 많았다. 타격 부진이 이어지고 팀은 계속 가라앉았다. 주장이자 주전 유격수, 중심타자인 하주석은 힘든 시간을 보냈다.
그일이 일어난 후 많은 사람이 연락을 했다. 무엇인가를 할 수 있는 상황이 안 됐다. 다 받아야들여야 한다는 생각밖에 없었다. 이야기를 하는 게 변명처럼 들릴 것 같아서 굉장히 조심스러웠다. 불쑥 찾아간 기자를 마주한 하주석은 말한마디 한마디가 신중했다.
"앞으로 그런 모습이 나오면 절대 안 된다는 걸 느꼈어요. 제가 많이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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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후에 영상을 보고 깜짝 놀랐다고 한다. 자신이 생각하지 못한, 이성을 잃은 행동이었다고 했다.
"징계 때문이든 무슨 이유로든, 경기에 못 나간다는 건 프로 선수로서 책임을 져야할 일입니다. 2군에 있는 동안 정말 잘 준비해야죠. 1군에 올라가서 꼭 좋은 모습을 보여드릴게요."
하주석은 2군으로 내려온 직후, 서산 2군 구장 식구들에게 커피차를 쐈다. 공개될 수도 있다는 걸 생각하지 못했는데 알려져 민망하다고 했다.
"2군에서 후배들과 많은 이야기를 하고 있어요. 함께 훈련하면서, 그래도 제가 선배니까 도움이 될 게 있으면 더 하려고요."
한화팬들은 또렷이 기억하고 있다. 지난 5월 4일 SSG 랜더스와 인천 원정경기에서, 28세 주장이 9회초 1사후 역전 만루홈런을 치고 들어와, 뜨거운 눈물을 흘렸던 장면을.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은 하주석의 1군 복귀 시기에 대해, 징계가 끝나도 좀 더 시간을 두고 생각해보겠다고 했다.
서산=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