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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스포츠조선 권인하 기자]"언사 느낌이죠."
KT 위즈의 새 '믿을맨' 이채호()의 투구폼은 조금 특이하다. 사이드암이라고 하기엔 팔 높이가 조금 낮고, 언더핸드라고 하기엔 조금 높은 편이다. 그래서 이채호 스스로도 '언사(언더-사이드)'라고 한 것.
지난 14일 친정인 SSG전서 2-4로 역전당한 7회초 2사 1,2루의 위기에서 등판한 이채호는 대타 한유섬을 4구만에 체인지업으로 헛스윙 삼진을 뺏어냈다. 그리고 7회말 KT 타자들이 대거 3점을 뽑았고 그대로 승리를 지켜내 5대4의 승리를 거두며 이채호가 첫 승을 얻었다. 공 4개만 던지고 승리투수가 된 것.
공교롭게도 이채호는 15일 경기서도 6-1로 앞선 4회초 선발 엄상백이 타구에 맞아 던질 수 없게 되자 빠르게 준비해 등판했고, 엄상백이 보낸 주자 2명을 불러들였지만 추가 실점없이 막아냈고, 경기가 6대3으로 끝나며 승리 투수가 됐다. 이틀 연속 승리투수가 된 것.
이채호는 몇가지의 레슨만으로 빠르게 달라졌다. KT에 언더핸드 레전드 이강철 감독과 현역 최강자 고영표가 있었던 덕분이다.
이채호는 "감독님으로부터 골반을 사용하는 것을 배웠다. 아직도 오른발 뒷꿈치가 빨리 떨어지는 경향이 있는데 노력중"이라면서 "영표형에게선 체인지업을 던지는 방법을 배웠다. 난 체인지업을 손으로만 해결하려고 했는데 영표형은 밸런스와 공을 끌고 나올 때의 동작에 주목하셨다. 그걸 이용했더니 체인지업 던질 때 편해졌다"라고 말했다.
첫 승의 상대였던 한유섬과는 체인지업에 대한 흑역사가 있었다. 신인 때 청백전에서 한유섬에게 홈런을 맞았는데 그때 던진게 체인지업이었다고. "그때 유섬 선배에게 던졌던 체인지업과 지금의 체인지업은 몸상태, 정신, 밸런스 등 모든게 달랐다"라고 말했다.
달라진 체인지업은 이채호에게 자신감을 불어넣었다. "예전엔 체인지업을 잡기만 해도 불안하고 스트라이크를 넣을 자신이 없었다"는 이채호는 "이제 체인지업에 대한 자신감이 생기니 왼손 타자를 만나도 전혀 부담이 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이채호에겐 체인지업이 프로 무대 최대의 난제였다. 체인지업을 던지기 위해 팔 위치를 올리기도 했다고. "SSG에 있는 장지훈이 체인지업을 잘던지는데 팔이 높아서 나도 그렇게 해봤다"는 이채호는 "내가 던지는 커브가 조금 떠오르는 업슛 같은 스타일인데 팔을 높이니 그 장점이 사라지더라. 그래서 다시 원래 폼으로 돌아왔다"라고 했다.
이채호는 멘탈적으로 많은 조언을 들었다며 KT 선배들에게 고마움을 표했는데 가장 인상깊었던 말이 뭐냐고 묻자 화장실 일화를 소개했다. 이채호는 "화장실에서 심재민 형에게 많이 긴장된다고 하자 형이 '어차피 네가 해야되는 거다'라고 하셨다. 그 말이 많이 도움이 됐다"라고 했다. 자주 듣는 말 아니냐고 하자 이채호는 "그런데도 그때는 긴장된 상태에서 아무 생각도 못하고 있었는데 그 얘기를 딱 해주셔서 정신이 들었다. 많이 도움이 됐다"라고 말했다.
자신만의 '언더-사이드' 폼으로 체인지업을 장착했다. 자신의 주 무기인 커브와 체인지업을 다 던지게 되면서 KT의 핵심 불펜 요원이 됐다. 이채호는 "감독님께서 나가라고 하실 때 언제든 나가 던지겠다"며 각오를 밝혔다.
수원=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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