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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이종서 기자] 레전드의 '특별 강의'는 정말 달랐다.
우완 사이드암 투수 이채호(24·KT 위즈)는 지난달 22일 정성곤과의 1대1 트레이드로 SSG 랜더스에서 KT로 옮겼다.
KT 사령탑 이강철 감독은 현역 시절 10시즌 연속 두 자릿수 승리를 거둔 잠수함 투수의 레전드. 여기에 에이스 고영표도 언더핸드 투수다.
잠수함 투수의 고충은 잠수함 투수가 누구보다 잘 알았다. 이 감독과 고영표의 원포인트 레슨은 유망주였던 이채호를 바꿨다.
이채호는 "그동안 상체 힘으로만 공을 던지면서 힘이 분산됐다. 스피드는 나올지 모르겠지만, 공끝이나 무브먼트 등이 좋지 않아도 보신 거 같다"라며 "감독님께서 뒷다리 축을 바로 떼지 않고 골반을 눌러서 던지는 쪽으로 많이 알려주셔서 도움이 됐다. 스피드는 비슷한데 공 가는 느낌이 다르더라"라고 이야기했다.
이채호는 이어 "많은 것을 건드는 것이 아닌 디테일한 부분을 알려주셔서 도움이 많이 됐다"고 덧붙였다.
고영표의 한 마디 역시 힘이 됐다. 이채호는 이적 직후 고영표에게 체인지업을 배우고 싶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바람은 그대로 이뤄졌다. 그는 "체인지업이 불안했다. SSG에서도 체인지업을 던지지 않으면 1군 선수가 될 수 없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고)영표 형이 밸런스가 중요하다고 말씀해줬다. 감독님께서 말씀해주신 골반 쓰는 것을 반영하니 캐치볼할 때부터 좋아졌다. 첫 경기에서도 삼진을 잡은 것이 체인지업이었다"고 말했다.
달라진 모습에 무실점 행진이 이어졌다. 총 3경기 등판한 그는 2⅔이닝 무실점을 행진을 펼쳤다.
이적 후 첫 경기는 친정팀을 상대로 이뤄졌다. 14-1로 앞선 9회초 마운드에 올라온 그는 삼진 한 개를 섞어 삼자범퇴로 막았다.
웃지 못한 일화도 생겼다. SSG 오원석은 이채호의 피칭에 자신도 모르게 '나이스볼'을 외친 것. 이채호는 "연락이 왔는데, 분위기가 싸해졌다고 하더라. 엄청 웃었다. 다들 첫 단추를 잘 끼웠다고 좋은 일만 있을 거라고 이야기해주셨다"고 했다.
새로운 출발. 첫 테이프를 잘 끊은 이채호는 "SSG에서 좋은 모습을 못 보여드려서 많이 죄송했다. 그래도 트레이드 됐다는 건 KT에서 나를 필요로 했다는 것이니 좋은 기회일 거 같다"라며 "처음 KT에 왔을 때에는 아는 사람이 없어서 적응하기가 어려웠는데, 말을 많이 걸어주셔서 많이 편안해졌다. 어느 상황에서든 내 공을 던질 수 있도록 하겠다. 올라왔을 때 조금 마음 놓고 볼 수 있는 투수가 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이종서 기자 bellstop@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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