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낌이 다르더라"…'제로맨' 만든 레전드의 디테일 레슨, 옛 동료 감탄까지 나왔다 [SC 인터뷰]

이종서 기자

기사입력 2022-06-06 00:31 | 최종수정 2022-06-06 09:33


2022 KBO리그 KIA 타이거즈와 KT 위즈의 경기가 5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렸다. 8회초 등판한 KT 이채호가 역투하고 있다. 수원=허상욱 기자wook@sportschosun.com/2022.06.05/

[스포츠조선 이종서 기자] 레전드의 '특별 강의'는 정말 달랐다.

우완 사이드암 투수 이채호(24·KT 위즈)는 지난달 22일 정성곤과의 1대1 트레이드로 SSG 랜더스에서 KT로 옮겼다.

2018년 SK 와이번스(현 SSG)에 입단해 정든 팀을 떠나게 됐지만, 이채호에게는 기회가 됐다.

KT 사령탑 이강철 감독은 현역 시절 10시즌 연속 두 자릿수 승리를 거둔 잠수함 투수의 레전드. 여기에 에이스 고영표도 언더핸드 투수다.

잠수함 투수의 고충은 잠수함 투수가 누구보다 잘 알았다. 이 감독과 고영표의 원포인트 레슨은 유망주였던 이채호를 바꿨다.

이채호는 "그동안 상체 힘으로만 공을 던지면서 힘이 분산됐다. 스피드는 나올지 모르겠지만, 공끝이나 무브먼트 등이 좋지 않아도 보신 거 같다"라며 "감독님께서 뒷다리 축을 바로 떼지 않고 골반을 눌러서 던지는 쪽으로 많이 알려주셔서 도움이 됐다. 스피드는 비슷한데 공 가는 느낌이 다르더라"라고 이야기했다.

이채호는 이어 "많은 것을 건드는 것이 아닌 디테일한 부분을 알려주셔서 도움이 많이 됐다"고 덧붙였다.

고영표의 한 마디 역시 힘이 됐다. 이채호는 이적 직후 고영표에게 체인지업을 배우고 싶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바람은 그대로 이뤄졌다. 그는 "체인지업이 불안했다. SSG에서도 체인지업을 던지지 않으면 1군 선수가 될 수 없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고)영표 형이 밸런스가 중요하다고 말씀해줬다. 감독님께서 말씀해주신 골반 쓰는 것을 반영하니 캐치볼할 때부터 좋아졌다. 첫 경기에서도 삼진을 잡은 것이 체인지업이었다"고 말했다.


달라진 모습에 무실점 행진이 이어졌다. 총 3경기 등판한 그는 2⅔이닝 무실점을 행진을 펼쳤다.

이적 후 첫 경기는 친정팀을 상대로 이뤄졌다. 14-1로 앞선 9회초 마운드에 올라온 그는 삼진 한 개를 섞어 삼자범퇴로 막았다.

웃지 못한 일화도 생겼다. SSG 오원석은 이채호의 피칭에 자신도 모르게 '나이스볼'을 외친 것. 이채호는 "연락이 왔는데, 분위기가 싸해졌다고 하더라. 엄청 웃었다. 다들 첫 단추를 잘 끼웠다고 좋은 일만 있을 거라고 이야기해주셨다"고 했다.

새로운 출발. 첫 테이프를 잘 끊은 이채호는 "SSG에서 좋은 모습을 못 보여드려서 많이 죄송했다. 그래도 트레이드 됐다는 건 KT에서 나를 필요로 했다는 것이니 좋은 기회일 거 같다"라며 "처음 KT에 왔을 때에는 아는 사람이 없어서 적응하기가 어려웠는데, 말을 많이 걸어주셔서 많이 편안해졌다. 어느 상황에서든 내 공을 던질 수 있도록 하겠다. 올라왔을 때 조금 마음 놓고 볼 수 있는 투수가 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이종서 기자 bellstop@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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