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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웃을 일이 아니다. 이러다 정말 멀쩡한 투수 하나 잡을 판이다.
삼성 효자 외인 알버트 수아레즈(33)의 지독한 불운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수아레즈는 5⅓이닝 동안 9안타 3볼넷 2탈삼진 5실점 했다. 팀이 0대5로 완패하며 수아레즈는 시즌 4패째(1승)를 당했다.
얼핏보면 무너진 것 같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동료 도움을 받지 못한 측면이 컸다.
또 한번 야속한 타선이 침묵했다. 설상가상 수비마저 외면했다. 뒤에 올라온 투수는 밀어내기 볼넷을 남발하며 수아레즈의 자책점을 늘렸다. 5자책은 데뷔 후 최다다. 투구수가 늘었고, 퀄리티스타트에 실패한 원인이 됐다.
수아레즈의 비극은 계속 이어졌다. 타선은 침묵했고, 수비는 어설펐다.
삼성은 이민호에게 꽁꽁 눌리며 단 한점도 뽑지 못했다. 그 사이 4회 오지환에게 선제 솔로홈런을 허용했다.5회에는 수비가 아쉬웠다. 안타 같지 않은 안타가 계속됐다. 1사후 홍창기가 친 타구는 평범한 투수 앞 땅볼. 수아레즈 글러브 끝을 맞고 뒤로 흘렀다. 차분히 다시 잡아던지면 아웃 타이밍이었지만 글러브 안에서 그립을 잡지 못하며 던져보지도 못했다. 기록은 내야안타. 사실상 '제5의 내야수' 투수의 실책이었다. 후속 박해민이 친 타구가 높게 떴다. 중견수 2루수 유격수가 모였다. 모두 급히 오느라 콜 플레이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결국 마의 삼각지에 떨어지는 안타가 됐다. 역시 실책성 플레이였다. 진짜 실책까지 나왔다. 김현수가 친 2루 땅볼을 포스 아웃을 잡기 위해 2루에 던진 공이 옆으로 빠졌다. 2루주자 세이프. 진작 끝났어야 할 이닝이 1사 만루. 불안감은 현실이 됐다. 채은성의 우전 적시타가 터졌다. 2-0.
수아레즈로선 천만다행인 건 2루주자가 3루에 멈춘 점. 후속 타자 오지환이 3B1S 유리한 볼카운트에서 배트를 내밀어 병살을 치며 이닝을 끝내준 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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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 9차례 등판에서 수아레즈는 단 한번도 3자책 이상을 한 적이 없다.
10경기 중 8경기가 퀄리티스타트. 1차례는 손가락 부상으로 조기강판한 4월15일 SSG전(2이닝 3자책). 또 1차례는 지난 15일 두산전 5⅓이닝 1실점이다.
그런데 승리는 21일 NC전 이후 6경기 째 없다. 최근 등판이던 지난 21일 KT전에서는 6이닝 무실점에도 승리하지 못했다.
야수도 벤치도 모두 안쓰럽고 미안함을 감추지 못한다. 하지만 그는 등판 다음날 루틴대로 고글을 끼고 묵묵히 그라운드를 끊임 없이 뛸 뿐이다.
허삼영 감독은 이날 경기 전 불운에 대해 "수아레즈 본인은 절대 내색하지 않는다. 티를 안 내고 본인이 할 수 있는 것만 하고 있고 자기 이닝이 종료되어도 보통 투수는 아이싱을 한다든지 옷을 갈아입든지 하는데 수아레즈는 그런 게 없다. 끝까지 스파이크를 신고 옆에 동료들하고 같이 화이팅 해주고 좋은 에너지 주고 그런 모습들이 너무 야구에 대한 예의, 기본이 잘 돼 있다. 선수들도 좀 그런 걸 좀 본 받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다"며 "팀워크에 어긋나는 행동은 진짜 안한다. 야구에 대한 예절도 잘 배웠고 타고난 인성이 좋은 것 같다"고 극찬했다.
하지만 이쯤 되면 어떤 투수든 한계에 봉착하지 않을 수 없다.
승리가 없으면 성취감이 없다. 성취감이 없으면 자존감이 떨어진다. 슬럼프에 빠질 수 있다. 야수들이 도와줘야 할 때다. 더 이상의 방치는 위험하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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