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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지난 시즌 8위에서 올 4월 2위로 뛰어오른 롯데 자이언츠의 변모. 역시 포인트는 리모델링한 사직구장일까.
사직구장의 정체성은 높은 펜스다. 중앙 담장까지의 거리는 118m였지만, 펜스 높이는 4.8m에 달했다. 외야수들이 전력을 다해 점프해도 끝에 닿기 어려운 높이다. 하지만 대전과 창원구장이 리모델링되고, 광주와 대구에 야구장이 신설되면서 사직구장은 '작은 구장'으로 분류되기 시작했다.
팀 전체적으로 홈런을 때릴 선수가 많지 않았다. 지난해 롯데 팀내 홈런 1위는 39세의 이대호(19개)였다. 그 뒤를 한동희(17개) 정 훈(14개) 안치홍(10개)이 뒤따랐다. 정 훈의 말마따나 "20홈런도 없고, 두자릿수 홈런도 4명밖에 없는 팀"이었다.
전성기 30홈런을 넘기던 전준우의 장타력은 크게 줄어들었고, 손아섭(NC 다이노스)의 자리를 대신하는 조세진이나 고승민도 거포로 분류되는 선수들은 아니었다.
때문에 성민규 단장을 위시한 롯데 구단 수뇌부는 지난 겨울 사직구장의 대규모 리모델링에 나섰다. 그 결과 중앙담장까지의 거리가 120.5m로 늘어났다. 그래도 리그 전체로 보면 큰 크기는 아니다.
다만 익사이팅석이 사라지면서 파울 지역이 조금 넓어졌다. 투수친화 구장으로의 변모에 방점을 찍은 건 1.2m의 추가 철망 펜스였다. 이로써 사직 담장의 높이는 무려 6m가 됐다.
올해 정규시즌 사직에서 경기를 치른 팀은 롯데 외에 한화 SSG 두산 KT까지 총 5팀이다. 롯데는 12경기, 원정 4팀은 각각 3경기를 소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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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범경기 때부터 이른바 피해자가 속출했다. 정규시즌의 경우 홈런을 기록한 롯데 선수는 "어차피 넘어갈 공은 넘어간다"며 초연한 반응을 보였던 한동희(3개)와 이대호(2개) 뿐이다. 원정팀 중에는 KT가 유일하다. 황재균과 장성우, 라모스가 1개씩 때렸다.
롯데의 홈경기 성적은 5승1무6패(0.455). 지난해에도 31승5무36패(0.463)으로 비슷하다. 하지만 롯데 구단은 만족하는 분위기. 투수들이 보다 자신있게 공을 뿌림에 따라 전반적인 팀 분위기가 달라졌다는 것. 두산 베어스전 지난해의 SSG 랜더스(185개)나 NC 다이노스(170개)처럼 거포 군단을 꾸릴 수 없다면, 서로 홈런을 못치는 양상으로 흐를 경우 유리하다는 게 롯데 측의 분석이다.
롯데는 4월을 전체 2위로 마쳤다. 2012년(1위) 이후 10년만이다. 당시 롯데는 리그 2위로 플레이오프에 직행했었다.
사직구장은 다시 '부산갈매기'로 끓어오를 준비를 마쳤다. '6m 성담장'이 롯데를 10년만에 플레이오프로 데려다줄 수 있을까.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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