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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모처럼 사직구장이 활기를 되찾았다.
홈개막전이 열린 9일, 사직구장에는 9000여명의 팬들이 모여들었다. 주말인 10일에는 예매만으로도 1만명을 넘겼다. 7회 기준 유료 입장관객은 1만 3000여명.
아직 육성응원은 금지다. 하지만 순간순간 터져나오는 함성은 참을 수 없다. "팬들의 목소리에 큰 에너지를 받았다"는 사령탑의 말처럼, 파도처럼 밀려드는 열기가 상당하다. 야구장 치맥(치킨과 맥주)은 물론 경기 후 여운을 즐기는 팬들로 주변 상가는 밤늦게까지 불을 밝혔다.
과거 2만 3600석 정도였던 사직 좌석수는 올해는 600석 가량 줄어들었다. 익사이팅석이 없어지고, 그라운드 조정에 따라 시야에 문제가 생긴 중앙 일부 좌석이 판매에서 제외됐다. 신설된 철망 펜스 때문에 시야에 방해를 받는 외야석 1~5열의 경우 '시야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명시하되 그대로 판매하고 있다. 만석이 될 경우 9일보다 2배 가까운 팬들의 합창이 울려퍼지게 된다.
무엇보다 이대호의 은퇴전 마지막 시즌이다. 이대호만큼이나 팬들도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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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의 마지막 한국시리즈는 1999년이다. 당시 플레이오프에서 삼성과 혈투를 치른 롯데는 구대성이 이끈 한화 이글스에 1승4패로 졌다. 당시 마지막 불꽃을 불살랐던 주형광 현 양정초등학교 감독도 22년간 한국시리즈에 한번도 못가리라곤 예상치 못했다. 우승은 최동원의 1984년, 염종석의 1992년까지 2번 뿐이다. 아직 우승이 없는 키움 히어로즈를 제외하면, 우승해본지 가장 오래된 팀이다.
이날 사직 현장에서 만난 오영근씨(60)는 프로야구 원년팬이었다. "최동원 던지는 거 실제로 본적 없죠?"라며 되묻는 얼굴에 자부심이 가득했다. 그는 "작년에 관중 30%만 받을 때도 왔었고 올해는 처음인데, 확실히 분위기가 다르네요"라며 활짝 웃었다.
"고등학교 때부터 같이 보러다닌 친구랑 같이 왔어요. 롯데 우승? 당연히 해야죠, (이)대호 마지막 시즌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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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호씨(44)는 이대호의 9경기 연속 홈런과 손아섭의 NC 다이노스 이적 발표날을 떠올렸다. 요즘은 김진욱에 빠져있다고. 그는 "(김)진욱이는 진짜 물건이에요. 올해 팀 분위기가 정말 좋아요. 플레이오프는 가지 않을까요"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맛있는 거 먹는게 야구장 오는 재미의 절반이죠"라는 찬사도 잊지 않았다.
예전과 달리 사직구장에 타 팀 팬의 모습도 제법 눈에 띈다. 포항에 사는 김나현씨(22)는 김재환의 유니폼 차림으로 어머니와 함께 사직구장을 찾았다. "어머니가 두산 팬이에요. 야구본지는 3년쯤 됐어요"라는 햇병아리팬. 매년 잠실까지 1년에 10경기 이상 직관 나들이를 다니는 열혈팬이다. 그는 "관중이 많아서 분위기가 신나고, 음식도 먹을 수 있어서 너무 좋다"며 활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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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이 흔한 나이다. 요즘 내가 안타 쳤다고 환호해주는 팬들 보면 울컥한다. 매 경기, 매 타석에 최선을 다할 뿐이다. 일단 플레이오프에 오르는게 목표다. 그 다음 가는데까지 가보겠다."
부산=김영록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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