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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사람좋은 풍채, 입가에 걸린 미소. 하지만 선수들을 지켜볼땐 날카로운 '매의 눈'이 된다.
한국에 온 건 2019년 미국 청소년대표팀 코치 시절 이후 두번째다. 당시 대표팀에서 함께 했던 리키 마인홀드 투수총괄을 통해 롯데의 연락을 받았다. 최 현(행크 콩거) 전 배터리코치가 메이저리그 미네소타 트윈스의 러브콜을 받고 급하게 떠났지만, 롯데는 그 빈 자리를 빠르게 메울 수 있었던 이유다.
1998년 신인 드래프트 2라운드 유망주 출신. 프로 데뷔는 2003년 텍사스 레인저스에서 이뤄졌다. '코리안 메이저리거의 효시' 박찬호가 뛰던 시절이다. 그런데 박찬호 이야기를 꺼내자 레어드 코치는 뜻밖의 말을 꺼냈다.
텍사스 시절 박찬호는 5년 6500만 달러의 고액 FA, 레어드는 백업 포수였다. 하지만 레어드는 "박찬호가 불펜 피칭을 할때 주로 내가 받아줬다. 초밥 먹을 때 젓가락 사용법을 알려준 것도 바로 박찬호"라며 활짝 웃었다.
레어드 코치에 따르면 메이저리거가 트리플A 팀에서 리햅 게임(부상 회복 후 실전 피칭)을 하면, 선수들을 위해 밥을 한끼 사는 관례가 있다. 박찬호 역시 고액 연봉을 받는 FA인 만큼 트리플A 선수들은 이날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박찬호는 그 관례를 몰랐다. 레어드 코치는 "그때 덕 그램스필드라는 팀동료가 어리둥절해하는 박찬호에게 밥값을 떠밀었던 기억이 난다"며 미소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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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만큼 선수시절 발이 넓고 열정이 넘쳐 팀 케미에 힘을 싣는 선수였다. 2011년에는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에서 야디어 몰리나의 뒤를 받치며 월드시리즈 우승을 품에 안았다. 포스트시즌 출전 경력이 있어 우승 반지도 갖고 있다. 6차전 데이비드 프리즈의 끝내기 홈런 순간에 대해 '프리즈가 펄쩍 뛰어오른 레어드의 점프보다 좀더 높게 팔을 들어올렸다'고 표현한 현지 매체도 있다.
"내 생애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아이들이 태어났을 때지만, 야구만 보면 당연히 월드시리즈 우승이다. 그 순간의 기분은 말로는 설명할 수가 없다. 가끔 그때 영상을 다시 보면 소름이 돋는다."
아시아 야구와도 깊은 인연이 있다. 동생 브랜든 레어드가 일본프로야구(NPB)에서 8년째 뛰고 있다. 그는 형에게 "미국 아닌 해외리그에서 성공하려면, 그나마 문화에 잘 적응하고 받아들여야한다"는 조언을 건넸다고. 또 청소년대표팀을 맡았던 2019년, 대회가 열린 곳이 바로 부산이었다.
"한국 선수들은 전체적으로 기본기가 잘 잡혀있고, 죽기살기로 뛴다는 느낌을 받았다. 청소년대표팀 경기인데도 부산 팬들의 열정이 엄청났다는 기억이 있다. 롯데의 사직 만원관중 응원은 영상으로만 봤는데, 올해가 참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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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수에게 가장 중요한 건 타격도 송구도 블로킹도 아닌 캐칭이다. 포수의 캐칭이 안정돼야 투수는 자기 기량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다. 좋은 투수를 만드는 건 좋은 포수다. 이 점을 우리 선수들에게도 항상 강조하고 있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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