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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긴장되는 날이었다.
꿈에 그리던, 하지만 쑥스러워 사인도 받지 못한 롤모델과 로사도 코치의 시선을 느끼며 불펜 피칭을 시작했다.
처음부터 밸런스가 완벽할 수 없었다. 몸에 힘이 들어가면서 공이 살짝 살짝 날렸다.
"주자 있을 때와 주자 없을 때 어느 쪽이 더 어렵냐"고 물었다. "무조건 꼭 한가지를 골라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그리고는 "그냥 둘 다 똑같다"고 답했다.
셋 포지션에서 공을 뿌렸다. 로사도 코치는 보폭을 조금 줄여보라고 권했다. 효과가 있었다. 살짝 높게 날리던 공이 차분하게 낮아졌다.
대화를 통해 솔루션을 찾아내는 소크라테스 식 질문법. 로사도식 코칭이 즉각적 효과를 발휘하는 순간이었다. 박준영은 총 25구를 소화했다. 처음보다 뒤로 갈수록 밸런스와 함께 강력한 돌직구 위력과 변화구 제구가 살아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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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짜고짜 "그렇게 말한 건 네가 처음"이라고 말했다. 얼핏 그를 더욱 긴장시킬 수 있었던 한마디. '혹시 내가 예의 없게 답한걸까?'
하지만 예상과 반대였다. 로사도 코치는 "주자 있을 때와 없을 때 차이가 없다고 말한 선수는 네가 처음"이라며 "매우 인상 깊었다"며 가슴을 툭 쳤다. 통역은 진지하게 설명을 듣으면서 여전히 굳어있는 박준영에게 "좋은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로사도 코치는 "투수는 늘 똑같아야 한다. 너처럼"이라며 "아주 좋다"며 등을 두드렸다.
미국 선수들에 비해 한국은 선후배 관념이 강하다. 윗 사람의 질문과 지시에 반론을 하는 경우는 좀처럼 드물다. 대개 상대가 원하는 답을 한다. 그 답은 대부분 예스다.
하지만 박준영은 달랐다. 질문 의도를 파악하려 노력했고, 자기 생각을 분명하게 밝혔다.
한화에서 지난 1년을 보내며 많은 젊은 투수들과 소통했던 로사도 코치로선 꽤 신선한 반응이었다.
가뜩이나 이 선수는 이제 막 프로에 입문한 고졸 루키 아닌가. 눈치 보지 않고 솔직한 자기 의견을 밝혀야 진정한 소통을 통한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고 믿는 지도자. 루키 박준영이 인상적일 수 밖에 없었다.
로사도 코치와 헤어진 박준영은 "사실 내가 말할 때 (코치님) 눈치가 이상해 잘못 말한 줄 알았다. 그렇게 다시 말씀해주셔서 감사했다"고 인상적이었던 순간을 회고했다.
불 같은 승부욕의 소유자.
꺾일지언정 구부러지지 않는 파이터 형 루키다. 때론 장점이, 때론 단점이 될 수도 있지만 새내기는 그렇게 하나씩 프로 무대를 배우고 익혀가고 있다. 동기생 문동주와 함께 한화 미래를 책임질 희망이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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