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히어로]한화의 외인 투수 울렁증 끊은 힐리의 한방 "시즌은 길다"

◇최문영 기자 [e-mail]

[대전=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그동안 한화 이글스는 외국인 투수만 만나면 기를 펴지 못했다.

5월까지 한화는 총 15명의 외국인 투수를 만났다. 83⅔이닝 동안 뽑아낸 점수는 단 7점, 홈런은 없었고 삼진은 무려 102개를 헌납했다. 2득점 이상을 얻은 경기는 4월 7일 인천 SSG전(윌머 폰트·2이닝 4안타 3볼넷 4삼진 4득점) 이 유일했다. 5월 한달 간 8번의 외인 투수 맞대결에서 44⅔이닝 동안 단 1점도 뽑지 못하는 굴욕을 겪었다. 가히 '외인 투수 포비아'로 부를 만했다.

1일 대전 KIA전에서 만난 투수는 애런 브룩스. 지난해 두 자릿수 승수(11승)를 따낸 브룩스는 한화 타자들에게 '저승사자'와 같았다. 3번의 맞대결에서 2승 무패, 평균자책점은 0.86에 불과했다. 가뜩이나 외국인 투수들에게 부진했던 한화 타선이 또다시 브룩스의 투구에 위축될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이날은 달랐다. 선두 타자 정은원의 출루 뒤 최재훈의 땅볼 때 선행주자가 잡히면서 또 불안한 기운이 엄습하는 듯 했다. 그러나 하주석 노시환의 연속 안타에 이어 힐리가 우중간을 가르는 3타점 2루타를 치면서 외국인 투수 상대 무득점 굴욕을 드디어 털어냈다.

두 개의 볼을 잘 골라낸 힐리는 브룩스가 던진 두 개의 공이 스트라이크존에 꽂히면서 불리한 카운트에 놓였다. 하지만 힐리는 브룩스의 5구째를 침착하게 커트해냈고, 기어이 안타를 만들어내는데 성공했다. 2루에 안착한 힐리는 덤덤한 표정으로 벤치를 바라보며 가슴을 두드리는 세리머니를 펼쳤다. 결승타로 연결된 이 한방으로 한화는 KIA를 9대1로 꺾고 3연패 탈출에 성공했다.

시즌 초반 부진했던 힐리는 최근 타격감을 서서히 끌어 올리면서 반등 포인트를 찾아가고 있다. 빅리그 통산 69홈런을 기록했던 장타력도 서서히 기지개를 펴고 있다.

힐리는 경기 후 "야구는 참 재밌는 스포츠다. 어려울 때도 있고 좋을 때도 있다"고 앞선 부진과 최근의 반등을 돌아봤다. 그는 "최근 몇 년간 커리어를 보면, 슬로우 스타터에 가깝다는 것을 스스로 알고 있다"며 "시즌은 길기 때문에 100타석 정도를 기준점으로 보고 있다. 조급하지 않도록 마인드 컨트롤을 해왔다"고 설명했다. 힐리는 "최근에 하고 있는 게임플랜과 준비과정, 어프로치가 좋아서 일정하게 계속 유지하고 싶다. 앞으로도 남은 경기 꾸준하게 하고 싶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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