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시장 논리는 어김 없이 적용됐다. 경쟁 구도가 형성되면서 정수빈의 몸값 역시 따라서 치솟았다.
데뷔 후 처음으로 FA 자격을 취득한 정수빈이 원 소속팀 두산 베어스와 계약을 마쳤다. 두산 구단은 16일 오전 정수빈과의 FA 계약 소식을 알렸다. 파격적인 조건이다. 두산은 계약기간 6년에 계약금 16억원, 연봉 36억원(연 평균 6억원), 인센티브 4억원 등 최대 56억원의 조건을 내밀었고 정수빈이 15일 밤 10시 사인했다. 인센티브 4억원을 제외하더라도 계약 기간 6년에 보장 금액만 52억원에 달하는, 결코 적지 않은 규모의 계약이다.
특히 정수빈의 경우, 최초 시장 평가 금액보다 계약 조건이 급등한 케이스다. 외야수인데다가 타격 장점이 뚜렷하지 않다고 평가받은 정수빈은 이번 FA 시장에서 매우 좋은 조건을 제시받지는 못할 것이라 예상됐다. 올해 외부 FA를 영입하려는 구단들은 대부분 내야 보강 혹은 타선 보강에 중점을 뒀기 때문이다. 정수빈을 바라보는 구단들은 4년 기준으로 20억원 후반대 계약을 예상했었다.
하지만 상황은 달라졌다. 한화 이글스의 적극적인 '러브콜'이 분위기를 바꿨다. 최근 베테랑 선수들을 대거 방출한 한화가 외야 재편에 나서면서, 발 빠르고 수비가 좋은 정수빈을 영입하려는 의지를 보였다.
그리고 원 소속 팀인 두산 역시 분위기가 FA 시장이 열린 초반과 또 달라졌다. 최주환, 오재일이 이탈한 가운데 최대한 많은 선수들을 잔류시켜야 한다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고위층의 적극적인 의사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최우선 순위였던 허경민이 잔류한만큼 두산에서 데뷔하고 성장한 정수빈 역시 '잡아야 한다'는 의욕을 보였다.
그 외 구단들이 영입 의사를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한화의 참전, 그리고 두산의 의욕이 몸값을 뛰어오르게 만들었다. 만약 외부 구단의 영입 의사가 전혀 없었다면, 두산이 제시한 계약 조건은 훨씬 낮은 액수였을 확률이 매우 높다. 하지만 한화의 움직임을 두산이 예의주시했고, 한화 역시 두산의 움직임을 꾸준히 지켜보면서 '쟁탈전'이 벌어졌다. 불과 1~2주 전과는 전혀 다른 양상이었다.
결국 20억원대 계약을 할 것으로 예상됐던 정수빈은 장기 계약 보장에 50억원대 계약에 사인을 하게 됐다. 올해 FA 영입에 대한 구단들의 전략적 움직임이 'FA 한파' 아닌 'FA 훈풍'으로 바꿔놨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
2021 신축년(辛丑年) 신년 운세 보러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