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로 뻗어 나가는 두산 화수분 야구, 웃어야 하나 울어야 하나? [SC스토리]

정재근 기자

기사입력 2020-12-10 17:01



[스포츠조선 정재근 기자] 두산 '화수분 야구'의 명성이 한국과 일본에 이어 미국까지 퍼진 모양새다. 두산이 2년 연속 외국인 투수를 미국에 빼앗겼다. 나머지 한 명의 외국인 투수도 일본과 협상 중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10일(한국시각) 뉴욕 포스트 등 미국 언론은 '시애틀 매리너스가 플렉센에게 2년간 475만 달러를 보장하는 계약에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곧이어 일본 스포츠닛폰은 '한신이 알칸타라와 협상하고 있다. 가까운 시일 내에 대략 합의에 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전했다.


위기의 두산이다. 올겨울 해결해야 할 문제가 산더미처럼 쌓였다. 7명의 주축 선수들(김재호 오재일 유희관 최주환 정수빈 허경민 이용찬)이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얻어 시장에 나왔다. 이 선수들을 잡기도 버거운 상황이다. 재계약을 목표로 했던 플렉센과 알칸타라가 모두 떠날 가능성이 높다.

두산의 선수 유출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FA 제도가 시작된 이래 두산은 줄곧 타 팀의 중요한 선수 공급원이 됐다. 진필중, 박명환, 정수근, 심재학, 홍성흔, 손시헌, 이종욱, 김현수, 민병헌, 양의지까지. 국가대표급 선수들이 거액을 받고 타 팀으로 이적했다. 또한 다섯 번 시행된 2차 드래프트에서 두산은 무려 23명의 선수를 뺏겼다. 한화가 7명에 그친 것과 대조적이다.


외국인 선수 유출 역사도 화려하다. 2002년에는 타이론 우즈가 요코하마로 이적해 3번의 리그 홈런왕을 차지했다. KIA에서 방출된 게리 레스를 영입해 16승 투수로 탈바꿈시켰지만 역시 같은 해에 일본 요미우리에 빼앗겼다. 2004년 다시 두산으로 돌아온 레스는 17승으로 다승 공동 1위를 차지했지만 이번엔 일본 라쿠텐이 레스를 데려갔다. 2007년 22승을 거두며 MVP에 뽑힌 리오스도 일본 야쿠르트로 이적했다. 2010년에는 히메네스가 14승을 거둔 후 일본 라쿠텐으로 옮겼다.


우즈, 레스, 리오스, 히메네스
2019년 MVP를 차지한 린드블럼이 밀워키로 이적한 데 이어 플렉센마저 시애틀로 떠나게 됐다. 두산은 2년 연속 미국 메이저리그에 선수를 내주게 됐다. 설상가상으로 알칸타라까지 일본 진출이 임박했다. 두산 프런트의 외국인 선수를 보는 안목과 그들의 잠재력을 극대화시키는 코칭스태프의 지도력이 빛났다고 볼 수 있지만 결코 기뻐할 수 없는 상황이 안타까울 뿐이다.


선수뿐만 아니라 두산의 코치들도 매해 상종가다. '사령탐 사관학교'로 불리고 있다. 2017년 한용덕 수석코치가 한화 감독으로 부임한 데 이어 2018년엔 이강철 수석코치가 KT 감독이 됐다. 올해는 김원형 투수코치가 SK 감독으로 영전하며 김민재 수비코치를 SK 수석코치로 데려갔다. 조인성 배터리코치는 친정팀인 LG로, 조성환 수비코치는 한화로 팀을 옮겼다.

프로구단 최초로 이천에 2군 연습장을 만들고 선수들을 육성해 온 두산. 주축 선수가 빠져나가도 곧 새로운 선수들이 그 자리를 대체해 성장했다. 체계를 갖춘 운영 시스템과 20년 이상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프런트의 힘으로 모기업의 부족한 지원을 극복해왔지만 매년 겨울은 살얼음판이다.

두산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위기를 극복하며 왕조의 영광을 이어왔다. 올겨울 두산이 빈자리를 잘 메꿀 수 있을까?
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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