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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척=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9일 고척스카이돔.
KT 위즈 주장 유한준은 이날 팀이 0-2로 뒤지고 있던 8회말 2사 만루에서 동점 적시타를 만들어냈다. 창단 첫 가을야구에 나선 KT가 '디펜딩 챔피언' 두산을 벼랑 끝으로 몰아붙인 순간. 5년 만에 가을야구에 돌아온 '가을사나이'의 저력이 그라운드를 휘감았다. 감정을 좀처럼 표현하지 않는 선수로 통하던 그는 이날 만큼은 주먹을 불끈 쥐고 '어퍼컷 세리머니'를 펼치며 포효했다. 하지만 결과는 KT의 2대3 패배였다.
이번 가을야구에 나서는 유한준의 각오는 누구보다 뜨거웠다. 2016년 FA로 KT 이적한 뒤 베테랑으로 팀의 주축 노릇을 했다. 하지만 '만년 꼴찌' 멍에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지난해 주장을 맡아 팀의 첫 5할 승률에 일조했던 그는 올해도 주장 완장을 차고 잔부상에 시달리는 와중에도 팀 분위기 유지를 위해 안간힘을 썼다. 정규시즌 2위가 확정된 뒤 KT 이강철 감독이 가장 먼저 찾아 포옹한 선수도 유한준이었다. 유한준은 플레이오프를 앞두고 사비를 털어 선수단에 세리머니 공모전을 여는 등 분위기 다잡기에 심혈을 기울였다. 유한준은 "작년까진 야구팬의 한 사람으로 가을야구를 봤다"고 웃은 뒤 "두산은 가을 경험을 많이 해봤고, 우승도 차지해 본 팀이다. 상대하기 힘들 것이라는 생각은 했다. 하지만 두산과 맞대결할 준비가 돼 있다. 우리는 그럴 자격이 있는 팀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도전자의 입장에서 두산이라는 좋은 팀과 좋은 경기를 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이번 플레이오프에서 유한준은 고비 때마다 팀의 숨통을 틔워주는 역할을 했다. 3차전에선 벼랑 끝에 몰린 팀을 구하는 천금의 적시타로 다시금 주장의 품격을 증명했다.
고척=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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