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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척=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 동료에서 적으로 만난 두 외국인 투수의 희비가 극적으로 갈렸다. 12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KT 위즈와 두산 베어스의 플레이오프 3차전.
KT 선발 윌리엄 쿠에바스와 두산 선발 라울 알칸타라는 경기 후반까지 뜨거운 투수전을 펼쳤다. 둘은 지난해 KT에서 1,2선발로 한솥밥을 먹었던 사이라 더욱 흥미를 끈 빅매치.
그러나 올해 정규시즌서 두 선수의 명암은 다소 엇갈렸다. 알칸타라가 두산서 20승 투수로 우뚝 선 반면, 쿠에바스는 여러 부상에 시달리며 10승8패, 평균자책점 4.10으로 주춤했다. 공교롭게도 두 투수가 맞대결을 벌인 건 이날 경기가 처음. 정규시즌서는 한 번도 만나지 않았다. 1년 사이를 두고 처지가 달라진 두 투수가 자존심 대결을 펼치게 된 것이다.
두 투수는 경쟁하듯 올해 최고 수준의 피칭을 펼쳐보였다. 알칸타라는 7회까지 무실점으로 잘 막다가 8회 2사후 순식간에 무너지며 먼저 실점을 했다.
2사후 황재균을 스트레이트 볼넷으로 내보낸 게 화근이었다. 이어 멜 로하스 주니어에게 중전안타를 허용하더니 2사 1,3루서 유한준에게 151㎞ 직구를 던지다 유격수를 맞고 오른쪽으로 흐르는 적시타를 허용했다. 선제점을 내준 알칸타라는 2사 1,3루서 홍건희로 교체됐다. 그런데 강백호 타석에서 홍건희가 던진 초구를 포수 박세혁이 뒤로 빠트리면서 로하스가 홈을 밟아 2점째를 줬다. 홍건희는 강백호의 고의4구, 박경수의 볼넷에 이어 배정대에게 중견수 앞에 떨어지는 안타를 허용하며 2실점해 스코어는 0-4로 벌어졌다. 알칸타라가 내보낸 주자들이 모두 실점으로 연결된 것. 7⅔이닝 7안타 3실점.
반면 쿠에바스는 끝까지 구위를 잃지 않았다. 1,2회를 연속 삼자범퇴로 잠재운 쿠에바스는 3회 1사 2루, 4회 2사 2루를 넘겼고, 6회 1사 3루에서 호세 페르난데스를 유격수 땅볼, 오재일을 132㎞ 커브로 루킹 삼진으로 잡는 뛰어난 집중력을 발휘하며 무실점을 이어갔다.
7회를 다시 삼자범퇴로 막은 쿠에바스는 5-0으로 앞선 8회말 1사후 오재원에게 우중간 담장간을 넘어가는 기습 솔로포를 허용했지만, 후속 두 타자를 연속 땅볼로 잡고 이닝을 마쳤다. 쿠에바스는 어느 한 구종을 고집하지 않고 커터, 체인지업, 커브, 직구 등 자신의 모든 구종을 결정구로 구사하며 두산 타선을 무력화시켰다. 8이닝 3안타 1실점. 쿠에바스의 완벽한 판정승이었다.
고척=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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