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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 "끝나고 이겨서 히어로 인터뷰 여기서 다시 하면 되는 건가요."
박용택은 "다른 때와는 마음이 좀 다르다. 재미있게 있다가 가려고 한다"며 "연습할 때 후배들한테 소리도 지르고 했는데, 밝은 모습으로 하자고 했다. 식사할 때 심판 선배들이 '애들이 뭐 표정이 굳어 있냐'고 하던데, 후배들이 밝은 모습으로 실력껏 잘 했으면 좋겠다"며 후배들의 파이팅을 주문했다.
다음은 박용택과의 일문일답.
-연습때 소리를 많이 지르던데.
후배들이 밝은 모습으로 편하게 해줬으면 좋겠다. 특히 형종이가 할 수 있는 상황에서 편하게 못하더라. 긴장을 많이 한다. 그런 친구들한테 (기분을 좀)풀어주려고 노력한다.
-대타로 나서는 기분은.
요즘 경기하면 내가 야구하는 건 2분에서 짧으면 10초인데, 하늘에 맡겨야 되는 거니까. 어제 플렉센 같은 투수의 첫 스트라이크를 놓치면 확률이 많이 떨어진다.
-아침에 가족에게 어떤 말을 해줬나.
아이들은 아침에 학교 가서 못 봤는데, 와이프한테는 어제 자기 전에 어쩌면 야구선수로서 마지막 밤일 수도 있다고 했다. 오늘 아침 밥 차려주는데 '잘 좀 차려'라고 했는데 와이프가 마지막이 아니라고 말해주더라. 가족은 오늘 안 온다. 토요일에 온다. 토요일이 인생 마지막 잠실경기다.
-팬들의 응원을 듣고 있는데.
아니다. 팬들의 육성 응원을 자제하라는 건가.(웃음) 어제 굉장히 조용하길래 내가 뭐 잘못했나 생각했다. '와' 소리 들었으면 초구에 안타 쳤을텐데. 관중이 있어야 야구장 같다.
-대타 준비는 어떻게 하나.
정주현한테 좀 잘 치라고 했다. 두 번째 타석부터 내가 들어가게 하지 말고. 지금은 첫 타석부터 준비한다. 감독님 스타일상 첫 타석부터 들어갈 수도 있다. 작년 처음 대타를 하면서 준비가 덜된 상태에서 나가는 경우 생기더라.
-주전으로 나가지 않는 게 아쉽지 않나.
사실은 멋있게 계속 주전으로 뛰고 싶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대타 한 타석이라도 칠 수 있을 때까지 야구하는 것도 괜찮은 거 아닌가 한다. 2년전 계약할 때 멋있게 은퇴하고 싶었는데 지금은 할 수 있을 때까지 했으면 하는 생각도 있다.
-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예전에는 시즌 전 인터뷰에서 팬들한테 올해는 가을야구, 유광점퍼 얘기를 했는데 솔직히 좀 창피하기도 했다. 우린 기껏해야 절반 정도 하는 건데 꼭 그렇게 얘기해야 되나하는 생각이다. 3승, 4등 하겠다는 건 프로야구 선수가 할 말이 아닌 것 같다. 후배들이 우승하겠다는, 우승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 야구를 했으면 좋겠다.
-상대가 두산이다.
어떤 팀을 특정하기는 싫지만, 두산에 지면 아주 조금더 기분 나쁘다.(웃음) 두산에 져서 떨어지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
-김현수에게 해 준 말이 있나.
혼나기 전에 제대로 하라고 했다. 그만 장난치라고, 조금만 더 그러면 화낼 것이라고 했다. 오늘은 잘 칠 것 같다. 본인도 어제 마지막 타석에서 느낌이 좋았다고 하더라.
-상상하는 마지막 타석은.
마지막 타석의 모습은 안타를 치든 뭐든, 우리가 한국시리즈 우승하는 날 타석이면 좋겠다. 지금 와서 '준우승택' '4등택' 그러겠나. '우승택'이라야 한다.
잠실=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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