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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핫플레이어]123구 역투로 희망 되살린 원태인, '최채흥 모델'이 답일까

정현석 기자

기사입력 2020-10-23 07:48


삼성 라이온즈와 KT위즈의 2020 KBO 리그 경기가 21일 수원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렸다. 2회말 2사 2,3루의 위기를 넘긴 삼성 원태인이 호수비를 펼친 박해민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수원=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20.10.21/

[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삼성의 미래' 원태인(20)이 희망을 던졌다.

여름 이후 부진했던 원태인은 21일 KT위즈파크에서 열린 KT와의 시즌 최종전에 선발 등판, 오랜만에 눈부신 호투를 펼쳤다. 7이닝 동안 시즌 최다인 123구를 소화하며 홈런 포함, 5안타 3볼넷 1탈삼진으로 1실점. 타선 지원 불발로 노 디시젼을 기록했다. 8월 이후 이어오고 있는 8연패를 아쉽게 끊지 못했다.

최근 피칭과 패턴이 달랐다.

실점은 2회 장성우에게 허용한 솔로홈런 뿐. 허허실실 피칭으로 KT 강타선의 예봉을 피해갔다. 힘으로 승부하던 평소와 달리 맞혀 잡는 피칭으로 위기를 극복했다. 6회까지 탈삼진이 단 하나도 없었지만 홈런 이후 추가 실점도 없었다.

어설픈 수비로 맞은 위기도 제법 많았지만 차분하게 넘겼다.

1회 무사 2루를 뜬공 3개로 넘어갔다. 선제 솔로포를 허용한 2회에는 찜찜한 내야안타와 실책으로 1사 2,3루 위기에 몰렸다. 자칫 일찍 무너질 수 있었던 고비. 하지만 원태인은 차분하게 두 타자를 뜬 공 처리하고 실점을 막았다.

5회에도 선두 심우준에게 아쉬운 2루타를 내준 원태인은 조용호에게 볼넷을 허용해 무사 1,2루에 몰렸다. 하지만 황재균을 병살 처리한 뒤 유한준을 땅볼 처리하고 이닝을 마쳤다.

6회까지 투구수 99개에도 7회 다시 마운드에 오른 원태인은 2사 후 조용호를 빗맞은 안타로 내보냈다. 투구수는 이미 시즌 최다인 114구. 이닝을 반드시 마치고 싶었다.


황재균과의 대결. 3볼에 몰렸지만 원태인은 작심한듯 6개의 공 모두 패스트볼로 정면 승부를 펼쳤다. 황재균도 파울을 내며 끈질기게 대응했다. 결국 9구 승부 끝에 유격수 땅볼을 유도한 원태인은 글러브 박수를 친 뒤 로진백을 들고 덕아웃으로 향했다. 만감이 교차한듯 잠시 하늘을 응시한 그는 수원을 찾은 라이온즈 일부 팬들의 기립박수를 받으며 이날 피칭을 마감했다. 오랜만에 짜릿했던 느낌을 받은 날이었다.


KBO리그 kt위즈와 삼성라이온즈의 경기가 16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렸다. 삼성 선발 투수 원태인이 KT타선을 상대하고 있다. 수원=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20.09.16/
시즌 초 파죽의 6승 이후 속절 없는 8연패. 여름 승부에 2년 연속 무릎을 꿇었다. 패스트볼 구위가 떨어졌을 때 헤쳐 갈 해법 찾기. 에이스 성장을 위한 원태인의 과제다.

삼성 허삼영 감독은 21일 수원 KT전에 앞서 전날 SK전에서 데뷔 첫 10승을 달성한 최채흥의 성공 비결을 언급했다.

허 감독은 "채흥이가 구속이 빨라서 이닝의 위기를 넘어가는 게 아니다. 위기를 탈출할 수 있는 레퍼토리가 많은 거다. 태인이는 타순이 한바퀴 돌면 잡히는 경우 많다. 두번째 타석부터 피장타율이 많이 올라간다. 레퍼토리가 개발이 쉽지는 않지만, 올 시즌 스피드가 올라온 만큼 보다 더 효율적 피칭에 대한 고민이 필요할 것 같다. 직구를 더 빨라보이게 할 수도 있고, 변화구를 더 느리게 보이게도 할 수도 있다. 본인이 그림을 잘 그려야 할 거 같다"고 조언했다.

대졸 선배 최채흥은 데뷔 3년 차에 10승 달성에 성공했다. 고졸 원태인은 내년이 3년 차다. 2년간의 시행착오를 거름 삼아 만개할 시즌이다. 힘과 스피드보다는 정확성과 강약조절이 필요한 시점. 최채흥 모델이 답이 될 수 있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삼성 라이온즈와 KT위즈의 2020 KBO 리그 경기가 21일 수원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렸다. 2회말 KT 장성우가 선제 솔로홈런을 날렸다. 홈런을 허용한 삼성 원태인이 아쉬워하고 있다. 수원=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20.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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