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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시즌 막판, 선수들의 일거수 일투족을 그림자처럼 지켜보는 이가 있다. 도쿄올림픽 야구대표팀 사령탑 김경문 감독(62)이다.
쉴 틈 없이 분주하다. 국내야구는 물론 해외야구까지 빠짐 없이 챙겨본다. 특히 숙적 일본리그를 유심히 관찰한다.
시즌 중 스태프 차출은 쉽지 않다. 각 구단 코치나, 해설위원 등으로 생업에 종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사태 속에 당연히 해외 출장도 거의 불가능하다.
우여곡절 끝에 1년 연기된 도쿄올림픽. 여전히 시계 제로인 상황이다. 하지만 누군가는 준비를 해야 한다. '반드시 개최된다'는 전제 하의 대비가 필요하다. 정작 내년 봄 본격적인 대회 스케줄이 나온 뒤 허둥지둥 준비하면 돌이킬 수없는 결과와 직면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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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홀로' 올림픽을 준비중인 김경문 감독. 큰 고민이 있다. 마운드 구성에 대한 부분이다.
올림픽 엔트리는 24명. 야수 14명에 투수가 10명. 문제는 그 10명을 채우기도 쉽지 않다는 것이 안타까운 현실이다.
유독 토종 투수들이 부진했던 올 시즌. 상위 랭커는 외국인 투수들 천하다. 다승, 평균자책점 5위는 모두 외인 투수다. 국내 투수가 5위 안에 이름을 올린 부문은 탈삼진 5위 양현종(KIA 타이거즈)과 승률 1위 최원준(두산 베어스), 구원 1위 조상우(키움 히어로즈) 뿐이다.
토종 최다승은 고졸 신인 소형준(KT 위즈)의 12승이다. 이밖에 박종훈(SK 와이번스) 양현종 최원준 임찬규(LG 트윈스) 최채흥(삼성 라이온즈) 등 단 6명 만이 10승을 채웠다. 3점 대 평균자책점을 기록중인 토종 선발 투수는 최채흥(3.63) 문승원(SK·3.65) 임찬규(3.97) 뿐이다.
대표팀 투수 발탁은 여러 가지가 고려돼야 한다.
단순히 리그 성적이 전부는 아니다. 국제 무대 마운드에 설 수 있는 경험과 생소함을 전제로 하는 좌-우-언더 등 다양한 투수 유형, 그리고 선발과 불펜을 오갈 수 있는 전천후 활용도가 두루 고려돼야 한다.
이런 점에서 볼 때 현재 한국야구 토종 투수들은 위기다. 확실한 에이스도, 확실한 마무리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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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진(토론토 블루제이스)은 미국에 있고, 김광현(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이 미국으로 떠났다.
에이스 양현종마저 미국 진출을 타진 중이다. 영건 좌완 구창모(NC 다이노스)는 부상 회복 중이다. 베테랑 좌완 차우찬(LG 트윈스)도 불투명하다.
우완은 더 심각하다. 지난해 마운드를 지키던 이영하(두산)는 불펜으로 돌아섰다. 선발과 불펜을 오갈 수 있는 베테랑 이용찬(두산)은 팔꿈치 수술로 일찌감치 시즌을 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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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상우(키움 히어로즈)와 고우석(LG) 등 젊은 마무리 투수들이 올 시즌 완벽한 모습은 아니다.
좌완 불펜도 마땅치 않다. 성적상 상위 랭커에 이영준(키움) 임정호(NC) 진해수(LG) 등이 있지만 대표팀 허리를 맡을 정도의 역량이 되는 지에는 의문부호가 따른다.
김경문 감독은 "내년 봄 선발할 대표팀 선수들 얼굴이 많이 바뀔 수 있을 것 같다. 지난해 프리미어12에 출전했던 27명의 대표팀 멤버 중 절반 이상이 달라질 수 있다"며 고충을 토로했다.
뽑을 선수가 너무 많아 고민이면 좋지만, 현실은 아쉽다. 특히 토종 마운드는 심각한 지경이다.
이 와중에 일본 투수들은 갈수록 좋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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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언제까지 운과 투혼에 기대 요행을 바랄 수 있을까.
야구는 투수 놀음이다. 마운드가 현저하게 기울면 이기는 건 기적에 가깝다.
선수들의 투지에 대한 믿음이 굳건한 김경문 감독은 "우리 선수들은 막상 국제 대회에 나가면 달라지는 모습이 있다"고 말한다. "올림픽이 있는 만큼 겨우내 캠프를 거치면서 내년 시즌 초 두각을 나타내는 투수들도 있을 것"이라고 희망을 이야기 했다.
현실은 녹록지 않다. 도쿄올림픽을 향하는 시선. 김경문 감독의 고민이 점점 깊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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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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