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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프로 데뷔 첫 선발보다, 한국시리즈보다 떨리고 울림있는 경기였다."
시즌 9승을 달성한 두산 베어스 유희관이 감개무량한 속내를 드러냈다.
경기 후 만난 유희관은 인터뷰에 앞서 큰 한숨을 쉬었다. 지난 8월 28일 NC 다이노스 전 이후 무려 48일만의 승리였다. 이후 5경기에서 4연패를 당했고, 2군에도 다녀왔다. 1군 선발 역시 지난 1일 이후 14일만이었다.
유희관은 "2군에서 아침형 인간이 됐다. 훈련보다는 정신적으로 스스로를 돌아보는 시간이었다. 산에 자주 올랐다"고 이천에서의 생활을 회상했다.
"사실 10승 꿈을 내려놨었다. 오늘이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니 너무 떨렸다. 그만큼 집중해서 던진 덕분에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다. (박)세혁이가 '형 혼자 너무 진지해서 웃긴다'고 하더라. 1회 실점율이 제일 높은데, 1회를 넘기고 나니 잘 되겠다 싶었다. 오늘 졌으면 10승 포기했을 텐데, 남은 경기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최선을 다하겠다."
소속팀이 치열하게 2위 경쟁중인데 최고참급 선발투수로서 도움이 되지 못했다. 복잡한 속내가 담겨있었다. 팀이 반등하며 상승세를 타고 있고, 2위 경쟁자 키움 히어로즈와의 주말 3연전을 앞둔 상황. 남다른 부담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휴식이 도움이 됐다. 공의 움직임이 좋아졌다. 유희관은 "쉬고 오면 팔 스윙이 빨라진다고 하더라. 감독님과 코치님이 기회를 주셨고, 타자들이 잘해줘서 편안하게 던졌다. 팬들의 환호를 받으니 힘이 났다"며 웃었다.
두산은 10월 들어 10승 3패로 폭발적인 상승세를 타고 있다. 5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에 빛나는 '왕조'의 힘도 발휘되고 있다. 유희관은 "우리 팀은 날씨가 추워지면 힘이 나는 것 같다. 팬들이 들어오니까 더 신이 난다. 분위기를 많이 타는 팀"이라고 강조했다.
"(김태형)감독님이 센 말씀 안하셔도 마음으로 와닿는다. 이제 야구를 해온 날보다 할 날이 더 적은 나이다. 새삼 야구의 소중함을 느끼고 있다. 남은경기 잘해서 웃을 수 있는 시즌 만들고 싶다."
잠실=김영록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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