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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KIA 타이거즈 최원준이 시즌 초반 부진을 딛고 '업그레이드' 된 타자로 거듭났다. 두달간의 벤치 대기 그리고 다시 찾은 기회. 마음을 비우니 성적이 급등했다.
최원준의 5월은 시련의 시간이었다. 중견수로 새로운 수비 포지션을 소화한 후 공격과 수비 둘 다 풀리지 않았다. 5월 개막 이후 한달간 타율 2할1푼9리를 기록했던 최원준은 중견수 수비에서도 실책성 플레이가 자주 나왔다. 결국 6~7월에는 선발 출장하는 날보다 벤치에서 대기하는 날이 훨씬 더 많았다. 심리적으로도 위축될 수밖에 없는 시간이었다.
9월들어서도 여전히 페이스가 꺾이지 않는다. 9월 시작 이후 13일까지 타율 4할2푼9리(35타수 15안타) 6타점으로 펄펄 난다. 2할1푼대를 밑돌던 시즌 타율은 어느새 2할9푼7리까지 올라 3할 진입을 눈앞에 뒀다.
공교롭게도 올 시즌 첫 3안타를 치기 전, 윌리엄스 감독과의 '고민 상담'이 효과를 발휘했다. 윌리엄스 감독은 선수들에게 늘 '6인치(약 15cm)'를 강조한다. 타격할 때나, 수비할 때나 공이 6인치 앞에 다가왔을때의 순간적인 판단이 결과를 만든다는 개인 이론이다.
풀리지 않는 타격때문에 속이 답답했던 최원준이 용기를 내서 감독실을 찾았고, 윌리엄스 감독은 기꺼이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최원준은 당시 상황을 돌아보며 "감독님 방에 찾아가서 이야기를 나눴다. 타격할때 힘을 전달하는 방법이 잘못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던 때다. 감독님이 6인치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셨는데 그 이야기를 듣고 나서부터 타격이 더 좋아졌다"고 말했다.
최원준은 "시즌 초반에 비해서는 안정됐다고 생각하지만 나는 아직 부족하다. 1번타자로 나서는데 출루율도 그렇고, 경기를 풀어나가는 능력도 부족한 것 같다. 그래도 조금씩 나아지고 있어서 다행"이라며 안도했다.
가장 도움을 많이 받고있는 선배는 최형우다. 최원준은 "경기를 계속 못나가고 있던 시기에, 최형우 선배가 저를 볼 때마다 '기회가 언제 다시 올지 모르니까 준비하고 있어라. 넌 그정도 능력이 된다. 잘 될거니까 조바심 갖지 말아'라고 늘 이야기 해주셨다. 그 이야기가 가장 기억에 남는데, 그 이후 키움전에서 끝내기 안타를 쳤었다"면서 "가끔 옆에서 최형우 선배를 보면 '같은 사람인가' 싶은 생각도 들다. 어떻게 저 나이에 저렇게 더 잘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야구장에서 지켜보면 저희가 보는 이상으로 야구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시는 분 같다"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최원준은 "최형우 선배가 칠 수 있는 공과 못치는 공을 구분해서 타석에 들어가라고 하셨다. 그래서 안좋은 공에 손이 덜 나가고 보이는 공이 많아졌다"며 고마워했다.
타격폼은 오히려 고등학교 시절로 회귀했다. 최원준은 "지금 폼이 고등학교때랑 거의 흡사하다. 원래 폼을 많이 바꾸는 스타일이 아니었는데, 프로에 와서 잘 안될 때마다 타격폼을 수정했기 때문에 스트레스를 너무 많이 받았다. 올해는 감독님과 코치님들이 폼이 문제가 아니라고 가장 편한 자세로 하라고 이야기 해주셔서 꾸준해질 수 있었던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알려진대로 최원준은 내야수로 입단했다. 입단 이후 몇년간 3루수로 가능성을 점쳤지만, 우익수로 외야 전향을 했다가 올해 중견수 도전을 하고 있다. 낯선 포지션, 수비에 대한 고민은 최원준이 계속 안고가는 숙제다. 최원준은 "핑계는 안되겠지만 어릴때부터 내야수로만 뛰어왔다. 갑자기 포지션을 바꾸다보니 준비가 부족했던 것 같다. 중견수는 우익수랑 또 다른 부분이 많아서 시즌 초반에 불안했던 것 같다. 타구 속도나 범위, 타구가 휘는 느낌도 달라서 애를 많이 먹었다. 감독님이 계속 경기에 내보내주시니까 그래도 자신감이 생기며 좋아지는 것 같다"며 웃었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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