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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척=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지난 29일 고척 키움전. 삼성 라이온즈는 또 한번 3연패 위기에 빠졌다.
3-4로 뒤진 9회초. 마운드에는 구원왕 조상우가 서있었다. 최근 썩 강하지 않은 삼성 타선을 감안하면 뒤집기는 쉽지 않아보였던 경기.
박해민이 주저 없이 조상우의 148㎞ 패스트볼을 당겨 우익선상에 떨어뜨렸다. 동점 적시 2루타.
역전의 순간에는 박해민의 발이 있었다. 김상수의 우전안타 때 주저 없이 3루를 돌았다. 타구가 빨라 승부가 될 수 있는 타이밍에 우익수 송구도 좋았다. 하지만 박해민은 센스 있게 태그를 피해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으로 결승득점을 올렸다. 허삼영 감독이 "우익수 어깨가 그렇게 좋을 지 몰랐다"면서도 "그래도 박해민이 못 돌면 누가 돌겠습니까"라고 말할 만큼 그였기에 가능했던 득점이었다.
명품 중견수 수비와 빠른 발은 국내 최정상급. 날카로운 타격까지 정상 궤도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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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시즌, 박해민은 최악의 시즌을 보냈다. 타격 슬럼프 속에 커리어로우 시즌을 보낸 뒤 마음고생을 많이 했다. 오프 시즌 연봉 교착상태에 빠진 구자욱과 난데 없는 연봉 비교의 수모를 겪기도 했다. 오키나와 캠프 당시 박해민은 "솔직히 속상하다"며 속내를 살짝 토로하기도 했다. 누구나 가까운 동료에게 비교 당하는 건 끔찍한 일이다.
독기를 품었다.
의욕이 지나쳤을까. 시즌 초 주춤하며 힘든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퓨처스리그에 다녀온 뒤 확 달라졌다.
1할대 타율을 슬금슬금 끌어올리기 시작하더니 어느덧 3할 타자로 복귀했다. 31일 현재 0.315(13위), 17도루(공동 3위), 7홈런, 50득점. 부쩍 늘어난 장타력으로 통산 최다 홈런(2018년 9홈런) 경신도 눈 앞이다.
시즌 후반으로 갈수록 더 잘 친다. 최근 5경기 17타수9안타(0.529), 3타점, 4득점. 5경기 중 4경기가 멀티히트다.
그야말로 공-수-주에서 흠 잡을 데 없는 활약을 펼치고 있는 셈.
박해민의 반등은 예견된 일이었다.
지난해를 제외하곤 매 시즌 꾸준하게 3할대 타율을 오갔던 선수. 여기에 독기까지 품고 철저한 준비를 했다.
시즌 중에도 성실함은 변함이 없다. 그러다보니 많이 뛰는 선수임에도 강철 체력을 자랑한다. 스스로 "장점이 체력 밖에 없다"고 겸손해 할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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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 감독은 30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키움전에 앞서 박해민 만의 체력 유지와 반등의 비결을 설명했다. 그는 "자기 관리를 워낙 잘한다. 원정에서도 일체 외부에 나가는 일 없이 일찍 잔다. 자신만의 확고한 체력관리 루틴이 있다. 많은 경기를 출전하는 근본적 원인이 있는 것 같다"며 체력 유지 비법을 설명했다.
각고의 노력에 대해서도 높은 평가를 했다.
허 감독은 "홈 경기를 하면 오후 1시 마다 어김 없이 실내에서 배팅을 치는 선수가 있다. 박해민이다. 이렇게 자신의 루틴을 항상 지키는 선수라면 쉽게 무너지는 일 없이 평균 이상은 유지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원인 없는 결과는 없다.
악몽 같던 2019 시즌을 교훈 삼아 더욱 강해진 박해민. 완벽한 자신의 모습을 되찾은 베테랑 외야수에게 연봉 3억 원은 결코 아깝지 않은 돈이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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