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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매일 대기. 온전한 휴식이 없는 궂은 날씨 속에 선수들은 지쳐가고 있다.
11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 두산이 6대1로 끝난 이날 경기의 흐름은 무난한 편이었다. 경기 소요 시간도 3시간23분으로 평균을 살짝 넘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6시30분에 시작한 경기는 밤 11시를 훌쩍 넘겨서야 끝이 났다. 두번의 우천 중단 때문이었다. 이날 대구에는 오후에만 몇차례씩 스콜성 폭우가 쏟아졌다 그치기를 반복했다. 7회말 삼성 공격 도중 23분간 1차 중단됐다가 다시 재개했지만, 7분 후 또 경기를 진행하기 힘든 수준의 폭우가 쏟아져 다시 중단됐다. 그라운드 정비까지 포함해 67분의 2차 중단 시간이 이어졌다.
경기를 하더라도 지연 시작, 도중 중단이 빈번하고 경기를 준비하다가 우천 취소가 되는 경우도 자주 나온다. 도저히 예측할 수 없는 날씨 때문에 반복되는 장면이다. 선수단과 코칭스태프는 물론이고 현장에 나오는 직원들과 관계자들, 중계팀과 취재진까지 휴식 없이 거의 매일 야구를 대기하는 날들이 이어지고 있다. 또 8월 중순부터는 3연전이 아닌 2연전이 예정돼있어 피로도는 한층 높아질 전망이다.
삼성 허삼영 감독은 "심리적인 피로도가 있다. 지난주부터 야구를 안하는 날에도 계속 대기 상태였고, 유니폼도 입고 있으면서 시간이 길어지다보니 정신적으로 피곤하다. 휴식 없이 계속 경기를 진행하는 자체가 힘든 부분이 없다고는 못하겠다. 선수들의 체력적인 부분을 세이브해줘야 한다고 생각해서 훈련양을 줄이고 잠을 많이 자게끔 하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두산 김태형 감독 역시 최근 타자들의 컨디션 난조로 고민하고 있다. 크리스 플렉센이 빠져있는 상황과 불펜 피로도를 감안했을 때는 우천 취소와 휴식이 반가울 수 있지만, 타자들의 타격 컨디션이 떨어지는 것은 걱정거리다. 김태형 감독은 "전체적으로 처지는 게 있는 것 같다"고 했다.
보통 힘든 일정이 이어지면 투수들의 투구 페이스와 누적 피로를 가장 걱정하지만, 사실 타자들도 컨디션 유지가 힘들기는 마찬가지다. 두산 오재일은 "비도 많이 오고, 날씨도 많이 덥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는 와중에 이동도 해야하고, 경기도 늦게 끝나다보니 다들 몸이 무거운 것 같다. 우리팀 뿐만 아니라 다른팀 타자들도 보면 전체적으로 방망이가 무뎌진 것 같다"며 우려했다. 실제로 7월 KBO리그 전체 타율은 2할8푼이었지만, 8월들어 2할6푼6리로 떨어졌다. 장타율도 0.422에서 0.393으로 줄었다.
하지만 모두 같은 악조건 속에서 치열한 경쟁이 한창이기 때문에 돌파구를 찾기는 힘들다. 최대한 체력 관리를 하면서 에너지를 아끼는 게 최선의 방법이다. 오재일은 "이 기간에 최대한 잘 쉬고, 맛있는 거 많이 먹고 체력 관리를 잘하려고 한다. 그래도 8월말까지만 잘 넘기면 다시 타자들이 힘을 낼 수 있지 않을까"라며 기대를 걸었다.
대구=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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