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핫포커스]'151km 좌완' 김범수 깨운 최원호 감독대행의 원포인트 레슨

김영록 기자

기사입력 2020-07-16 05:00 | 최종수정 2020-07-16 06:10


15일 수원 케이티위즈파크에서 KBO리그 KT와 한화의 경기가 열렸다. 한화 선발 김범수가 힘차게 투구하고 있다. 수원=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20.07.15/

[수원=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최원호 감독님이 짚어주신 포인트를 지금도 1구1구 신경쓰면서 던진다."

'150㎞' 강속구 투수 김범수가 한화 이글스 팬들이 기다려온 좌완 에이스로 거듭나고 있다.

디딤발의 위치를 3루 쪽으로 옮기면서 오른손 타자 몸쪽을 파고드는 직구의 위력이 한층 배가됐다. 살짝 힘을 빼고 던지니 제구가 잡혔다. 슬라이더도 한층 예리해졌고, 허를 찌르는 체인지업으로 완급조절까지 갖췄다.

15일에도 KT 위즈의 막강 타선을 상대로 5⅔이닝 5피안타 1자책점으로 쾌투하며 시즌 3승째를 달성했다. 볼넷은 2개인 반면 삼진은 생애 최다인 9개를 잡아냈다. 최근 4경기에서 2승, 평균자책점 2.66으로 데뷔 이래 최고의 기량을 뽐내고 있다.

2015년 1차 지명인 김범수는 기대치에 비해 성장이 늦어 한화 팬들에겐 애증 섞인 '만년 유망주'였다. 지난해 성적은 103이닝 5승9패 평균자책점 5.68로 가능성을 보여주는데 그쳤다. 시즌초만 해도 2경기 연속 구원 실패로 패전투수가 된 뒤 2군으로 내려갔던 그가 이렇게 달라진 비결이 뭘까.

김범수에게 최원호 감독 대행은 '은인'이다. 김범수는 KT 전 승리 후 가진 인터뷰에서 "시즌초 2군에 갔을 때, 최원호 감독님이 한 포인트 잡아주신 게 정말 컸다. 지금도 1구1구 신경쓰면서 던진다"고 밝혔다.

마침 최원호 감독 대행도 이날 경기를 앞두고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이를 자세하게 소개했다. 당시 퓨처스 감독이었던 그는 "난 투수코치가 아니기 때문에 기술적인 조언을 먼저 건네진 않는다. 아무래도 조심스럽다. 그런데 김범수는 내게 직접 찾아봐 물어봤기 때문에 답할 수밖에 없었다"며 웃었다.

최 대행은 투수들의 하체에 관한 연구로 석박사 학위를 받은 투구 이론 전문가다. 그에 따르면 김범수의 문제는 투구 밸런스였다. 릴리스포인트 직전 상체가 홈으로 쏠리면서 팔이 넘어오는 게 늦어지곤 했다는 것.


"상체가 쏠리면 뒷다리 고관절 근육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상체가 이미 넘어갔으니까. 공을 던질 때 단계별로 그 부분에 힘이 들어가는 걸 의식하면서 던지라고 조언했다. 원래 근전도를 붙여놓고 근육 기여도를 6단계로 나눠서 체크해야하는데, 김범수는 요령만 듣고도 바로 잘 활용하고 있다. 본인이 잘 써먹으면서 만족해하니 나도 고맙다."

최 대행은 1군 사령탑 부임 직후 김범수를 선발로 발탁했다. 퓨처스 시절 선발로 기용했더니 좀더 여유가 느껴졌다는 것. 김범수도 "좀더 해봐야 알겠지만, 난 불펜보다는 선발이 잘 맞는 것 같다"며 만족감을 표했다.

한화는 올시즌 최하위로 처져있다. 아직 80경기가 넘게 남았지만, 이미 SK 와이번스와의 9위 싸움이 유일한 변수인 상황. 하지만 김범수는 "김태균 이용규 선배님이 격려해주시면 힘이 난다. 저도 어린 선수들에게 친한 형으로 다가가고 있다"며 웃었다.

김범수는 이날 은퇴를 선언한 선배 송창식에게도 "평소에 제구 관련해서 상담도 많이 받곤 했는데, 더 뛰실 수 있는 나이에 은퇴를 결정하셨다"면서 "제 2의 인생을 어떻게 하실지 모르겠지만, 혹시 이 팀에 남게 되신다면 앞으로도 많이 배우겠다"며 안타까운 속내를 드러냈다.


수원=김영록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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