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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적극적인 도루 시도에 박종훈(SK 와이번스)이 흔들린 건 사실이다. 우리(한화 이글스)도 도루를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
한화는 이미 지난 6월 20일 12연패 중이던 NC 다이노스 이재학에게 패전을 안긴 바 있다. 박종훈과의 대결을 앞두고도 많은 준비를 했다. 최 대행은 박종훈이 정통 언더핸드 투수이긴 하지만, 좌타자 상대에 큰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대신 상성 면에서 박종훈 상대로 강점이 있고, 발이 빠른 정진호를 2번에 전진 배치했다. 또 투구폼이 크고 슬라이드 스템에 약점이 있는 박종훈 공략을 위해 좌우좌우 타선을 구성하고, '적극적으로 뛰라'는 지시도 내렸다.
정진호의 기용은 타격만 놓고 보면 대성공이었다. 정진호는 1타점 2루타 포함 3타수 2안타 2볼넷을 기록했다. 무려 4차례나 출루하며 테이블세터 역할을 충실히 했다.
하지만 결국 박종훈에게 패배를 안기는데는 실패했다. 박종훈은 김택형의 폭투가 아니었다면 1실점으로 끝낼 수 있었다. 그랬다면 박종훈의 대 한화전 연승 숫자는 '13'으로 늘어났을 것이다.
작전을 수행하는 선수들의 디테일에 아쉬움이 있었다. 정진호는 1회말 공격에서 2루를 훔치는데 성공했지만, 하주석의 내야 땅볼 때 머뭇거리다 횡사했다. 5회에도 2루 도루에 성공했지만, 3루까지 훔치려다 아웃됐다. 결과적으로 이날 정진호의 기여도는 도루가 아니라 3회말 2루 도루에 성공한 이용규를 홈으로 불러들인 1타점 2루타였다.
박종훈이 4사구 4개를 내준 4회에도 한화는 득점에 실패했다. 선두타자 강경학의 2루 도루가 실패했고, 이어진 만루 찬스도 살리지 못했다. 결국 양팀의 승부는 홈런과 실책에서 갈렸다. 홈런 3개를 쏘아올린 SK가 우세를 점했고, 8회 강경학의 2연속 실책이 사실상 결승점으로 연결됐다.
최원호 감독 대행은 12일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한화는 도루를 안 한다'는 인식을 깬 경기"라고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그는 "성공률이 떨어지기 때문에 하지 않았을 뿐이지, 박종훈을 상대할 때처럼 확률이 높아질 여지가 있을 때는 시도하는 게 맞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가 적극적인 도루를 시도하면서 실제로 박종훈이 흔들린 건 사실이다. 좋은 시도였다"고 강조했다. 적어도 '천적'을 극복하기 위한 유의미한 방법이었고, 충분한 성과도 거뒀다는 것. 다음 만남에서는 악연을 마무리짓고자 하는 의지가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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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김영록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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