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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백업 선수에게 끝내기 상황은 낯 선 경험이다.
특히 대타로 출전하는 경우는 좀처럼 드문 일이다. 그 생소함을 처음부터 성공으로 이어간 선수가 있다.
김호재의 심리적 흐름을 기반으로 당시 상황을 재구성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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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 동점을 만든 12회 말 2사 만루. 타석에 들어가기 전에 허상영 감독이 그를 불렀다.
메시지는 명료했다. "네가 할 수 있는 플레이를 해라."
마음이 홀가분해졌다.
"부담은 별로 안됐던 거 같아요. 어떻게든 3루 주자를 불러들여야 겠다고 생각했죠. 너무 치고 싶었는데 볼넷이라도 목표 달성을 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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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 2개를 잘 골라냈다. 2B0S. 치고 싶었지만 꾹 참았다.
"투볼 됐을 때 투수쪽 압박감이 심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하나 보고쳐도 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4구째는 파울. 2B2S가 됐다. 볼 하나를 더 골라내 풀카운트가 됐다.
"무조건 들어오면 쳐야겠다는 생각 뿐이었어요. 그런데 마지막 공이 몸쪽으로 바짝 붙다보니 배트를 낼 수 없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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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산 첫 끝내기 볼넷. 김호재는 잠시 우왕좌왕 했다.
머뭇 거리는 듯 하다 1루로 전력질주를 시작했다. 너무 기뻐서였을까.
"제가 이런 상황이 많지 않잖아요. 끝내기 볼넷일 때 1루 베이스를 밟아야 하나 말아야 하나 생각하다가 일단 뛰어나간 거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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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루를 밟고 나서야 비로소 실감이 됐다. '아, 내가 끝냈구나.'
그 순간, 눈 앞에 가장 먼저 보인 얼굴은 박해민 선배였다. "잘했다"며 진심을 다해 꼭 안아줬다.
이후 김호재는 젊은 팀 동료들과 어울려 덩실덩실 춤을 추며 끝내기 기쁨을 만끽했다.
환희의 무대가 끝난 뒤, 아버지로 부터 전화가 왔다.
'끝내기(첫 타점) 공은 챙겼니?' 아차 싶었다.
"그냥 아무 공이라도 챙겨가야죠.(웃음)"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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