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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시즌 첫 연패의 상대가 최하위팀. 두산 베어스의 숨겨져있던 고민들이 드러난 결과였다.
두산은 14일 대전구장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와의 2,3차전에서 2경기를 모두 패했다. 전날(13일) 날씨부터 꼬였다. 두산은 선발 유희관을 앞세워 우중 접전을 펼치고 있었다. 그런데 경기가 2번이나 중단된 끝에 결국 '서스펜디드 경기'가 선언됐고, 두산은 선발 투수를 강제로 내려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한화는 13일 선발로 나선 고졸 신인 한승주가 이미 물러나 불펜을 가동한 시점이었고, 14일 선발로 워윅 서폴드가 남아있었다. 반면 두산은 13일 유희관, 14일 대체 선발인 박종기를 예고한 상황. 결국 유희관을 이틀 연속 쓸 수 없게 되면서 '강제 강판'됐고, 14일 열린 1.5경기에서 임시 선발+불펜으로만 16이닝을 막아야 하는 변수에 놓였다.
불펜에 대한 고민이 여전한 것은 사실이다. 시즌초부터 불안한 불펜 때문에 2번의 트레이드를 감행하기도 했던 두산은 그래도 초반에 비해 점점 더 나아지는 불펜에 위안을 삼고있다. 팀에 가세한 홍건희는 서스펜디드 경기에서 첫 투수로 나와 3이닝을 1점으로 잘 막아내는 모습을 보여줬다. 김강률도 비록 실점은 있었으나 14일 하루에만 2경기 모두 등판하면서 팀 사정상 무거운 책임감을 보였다. 박치국, 함덕주 등 젊은 투수들의 기복있는 피칭이 남아있는 과제지만, 사실 지금 두산의 진짜 고민은 따로있다.
부상 선수들의 공백이다. 허벅지 통증으로 이탈한 오재원과 손가락 미세 골절로 빠진 허경민의 공백을 결코 무시할 수 없다. 또 1군 엔트리에서 빠지지는 않았지만 오재일도 옆구리 상태가 좋지 않다. 박건우와 호세 미구엘 페르난데스가 식지 않는 타격감으로 1-2번을 맡아주고 있지만, 중심 타선의 힘이 약해져있다. 부상 선수들의 이탈 여파를 무시할 수 없다. 오재일은 100%의 컨디션이 아니고, 김재환은 5번 타순으로 조정을 하면서까지 타격감 살리기에 나섰다.
그러나 주축 선수들의 부상 이탈과 컨디션 난조가 두산이 가지고 있던 응집력을 흔들고 있다. 서스펜디드 경기에서도 두산은 오재일의 상태를 감안해 경기 초반 일찌감치 이유찬을 투입했었다. 그런데 이유찬으로 이튿날 경기까지 모두 소화해야 했고, 4번타자가 된 이유찬으로 여러 번의 찬스가 향했다. 한화 배터리는 3번 최주환을 고의 4구로 거르고 이유찬과의 승부를 여러차례 택했다. 마지막 8회에 적시타를 치긴 했지만 앞 상황에서의 팀 리스크도 함께 감내해야 했다.
좀처럼 부상이 없는 편인 박세혁도 최근 허리 통증을 호소해 경기를 제대로 뛰지 못했고, 대신 쳐줘야 할 외야 백업 선수들은 기대에 못 미치는 모습이다. 김태형 감독도 지금의 위기를 잘 알고 있다. 김 감독은 "부상 선수들이 올 때까지 젊은 선수들에게는 기회가 온 것이다. 어떻게 하던지 이 상황을 잘 헤쳐나가야 한다. 썩 좋은 상황은 아니다"라고 이야기했다. 상위권 성적 뒤에 숨겨져 있던 진짜 고민이 현실로 드러난 시기. 두산이 올 시즌 처음으로 위기를 체감했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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