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공격이 최선의 수비'라는 말이 있다.
하지만 공격으로 승리를 얻을 확률은 50%다. 공격으로 점수를 얻어도 수비가 무너지면 노력은 수포로 돌아간다.
올 시즌 롯데 자이언츠의 초반 행보는 이런 점에서 인상적이라 볼 만하다. 사실 마운드 불안은 여전하다. 17경기를 치른 25일 현재 롯데의 팀 평균자책점은 5.10(전체 6위)으로 리그 평균(4.81)을 웃돈다. 삼진, 볼넷, 안타, 홈런 등 투수 능력만을 따져 산출하는 FIP(투수 통제 방어율)는 리그 9위(10위 삼성·5.79)에 해당하는 5.29. 득점 지원도 불과 1.76으로 리그 평균(3.18)의 절반을 가까스로 넘겼다. 이럼에도 롯데는 5할 승률을 만들면서 순항하고 있다.
순항의 비결은 수비다. 25일 현재 롯데의 팀 실책은 5개로 10팀 중 최소치다. 지난해 같은 시기(14개)와 비교하면 64%가 줄었다. 팀 전체가 인플레이 타구를 얼마나 잘 처리했는지를 나타내는 수비효율(DER)도 대폭 개선됐다. 지난해 같은 시기 리그 평균(0.685)에도 못 미친 꼴찌(0.645)였으나, 올해는 리그 평균(0.675)을 넘어 NC 다이노스(0.731)에 이은 전체 2위(0.686)다.
이런 지표를 종합해보면, 시즌 초반 롯데 투-타의 힘은 평범했지만, 실점을 최소화 하는 승부를 펼쳐왔다고 볼 수 있다.
이런 롯데의 반등을 두고 여러 해석이 뒤따르고 있다. 대다수는 유격수 딕슨 마차도의 가세를 꼽고 있다. 마차도는 25일 현재 KBO리그 전체 WAA(평균 대비 수비 승리 기여)에서 정수빈(두산·0.410)에 이은 2위(0.398)다. 한 선수가 수비로 팀에 얼마나 기여했는지를 나타내는 WAA 부문에서 현재 0.300 이상인 선수는 정수빈과 마차도, 정진호(한화·0.331) 단 세 명 뿐이다. 마차도의 활약 외에도 지난해 같은 시기 10개에서 올해 2개로 확 줄어든 포일(PB)도 수비 안정 요소로 꼽힌다.
롯데의 시즌 초반 밑그림은 수비에 맞춰져 있다. 타격 코치 출신인 허문회 감독은 시즌 전부터 유독 수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수비가 기본이 돼야 공격 뿐만 아니라 전체적인 안정이 이뤄질 수 있다는 게 이유. 시즌 전 불방망이를 휘두르던 지성준을 2군으로 보내고 수비에서 좀 더 높은 평가를 받은 정보근을 개막전부터 선발 포수로 낙점한 게 대표적인 예다. 전준우는 1루수 겸업 대신 익숙한 좌익수로 그대로 두고, 변화가 예상됐던 중견수 자리 역시 민병헌을 주전으로 세웠다. 풍부한 경험에 FA시즌이라는 동기부여까지 갖춘 이대호를 1루수로 세운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단순한 배치 뿐만 아니라 승패와 관계없이 꾸준하게 라인업을 유지한 것도 선수들에게 안정감 및 자신감 상승효과를 줬고, 결과적으로 전체적인 수비 안정감에 도움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여전히 시즌 초반이기에 섣부른 예측은 금물. 허 감독의 말대로 롯데는 여전히 퍼즐을 맞춰가고 있다. 지금까지의 행보만 본다면 롯데가 올해 수비라는 하나의 퍼즐은 완성해가는 모양새다.
부산=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무료로 보는 오늘의 운세
눈으로 보는 동영상 뉴스 핫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