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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KT 위즈 투수 김 민(21)에겐 누구보다 긴 1주일을 보냈다.
그는 지난 16일 수원 삼성 라이온즈전에서 6이닝 3실점으로 시즌 첫 승을 따냈다. 어려운 팀 여건에서 선발진의 한 축으로 선발승을 따낸 것은 기분 좋은 출발. 그러나 돌아온 것은 이강철 감독의 질책이었다. "직구에 대한 자신감이 지나치다. 슬라이더 등 더 좋은 공을 던지면 넘어갈 수 있는 위기를 스스로 자초한다. KT니까 선발 투수를 할 수 있는 것이다. 자신을 과대평가하지 말고, 냉정하게 분석해야 한다." 다소 수위가 높다고 여겨질 만큼 냉정한 이 감독의 발언 배경을 두고 설왕설래가 오가기도 했다.
하지만 초반 두 경기서 드러난 김 민의 투구는 한 꺼풀을 벗겨내지 못하는 모습이 두드러졌다. 여전히 직구 의존도가 높았고, 변화구 구사 비율을 좀처럼 높이지 못했다. 김 민은 앞선 두 시즌을 통해 상대 타자에게 구위, 패턴이 어느 정도 분석된 상태. 문제점을 초반에 고치지 못한다면 시즌 내내 고전하고, 결국 발전도 이룰 수 없다는 게 이 감독의 판단이었다. 이 감독이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공개 충격요법을 동원한 이유다.
김 민을 향한 신뢰가 그만큼 컸다. 지난해 한 시즌을 동고동락하면서 김 민은 이 감독이 원하는 방향성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다. 시즌 전부터 착실하게 선발 진입을 위한 준비를 해왔다. 무엇보다 김 민 스스로 가진 투구에 대한 고집, 확신, 성공 의지를 믿었다. 이 감독이 어떤 방향으로 접근하든 궁극적인 지향점은 승리와 발전이라는 것을 가장 잘 이해할 수 있는 선수는 김 민이라고 믿었다. 질책성 발언 뒤 "걔는 그런 것 신경 안 쓴다"고 농 섞인 반응을 보인 점도 이런 배경이 작용했다.
이심전심일까. 김 민은 23일 잠실 LG 트윈스전에서 5⅔이닝 1실점 호투로 화답하며 이 감독의 믿음이 틀리지 않았음을 입증했다. 직구 구사 비율, 볼넷 허용 등 여전히 개선해야 할 부분은 엿보였지만, 변화구 활용을 주저하지 않았고, 여유있게 경기를 운영하는 뚝심도 증명했다. 3회말 세 타자 연속 볼넷을 내주면서 위기를 자초했지만, 채은성을 병살타로 잡고 로베르토 라모스를 삼진으로 돌려세운 장면이 백미였다. 자신의 시즌 2연승이자, 팀의 연패 사슬을 끊는 귀중한 승리였다.
이 감독은 이번에도 미소를 지웠다. 경기 후 "김 민이 볼넷을 많이 허용했다"고 지적하면서도 "마운드에서 여유와 집중력이 돋보이는 호투를 했다"는 평가를 내놓았다. 무심한 척 서로 밀고 끄는 사제 간의 동행은 앞으로 어떤 결과물을 만들어낼까.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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