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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투구수 120개는 선발투수에겐 체력의 한계 수치다. 선발 전향 2년차의 투수에겐 더욱 무거운 짐이다. 하지만 한화 이글스 장시환이 시즌 두번째 등판에서 에이스의 품격을 과시했다.
에이스는 팀을 대표하는 투수에게 주어지는 명예다. 하지만 때로는 주어진 자리가 사람을 바꿔놓기도 한다.
하지만 한용덕 감독은 장시환을 일찌감치 3선발로 점찍고 겨울내 공을 들였다. 토종 에이스 역할을 맡기에 충분한 잠재력을 지녔다는 판단이었다. 외국인 투수 워윅 서폴드와 채드 벨이 KBO리그 수위권의 외국인 선수인 만큼, 장시환이 3선발에서 안정된 활약을 보여주면 전체적인 마운드 운용에 탄력을 더할 수 있다.
장시환은 지난 7일 SK 와이번스를 상대로 이적 후 첫 승을 거뒀다. 매회 주자를 내보내는 등 고전하긴 했지만, 6이닝 2실점으로 역투한 결과였다. 하지만 이날 이후 한화는 승리를 거두지 못했다. 팀의 연패를 끊고자 하는 장시환의 책임감은 남달랐다.
13일 KIA 타이거즈를 상대로 선보인 장시환의 구위는 인상적이었다. 직구는 최고 149㎞에 달했고, 슬라이더와 포크볼도 140㎞에 근접할만큼 위력적이었다.
하지만 3회 안타 하나 없이 점수를 내준 점이 아쉬웠다. 2루수 오선진의 실책으로 출루한 박찬호가 후속 타자의 볼넷과 병살타로 3루까지 진루한 뒤, 어정쩡한 폭투 때 홈으로 쇄도해 세이프된 것.
4회에는 유민상에게 2타점 역전 적시타를 허용했다. 잘 맞은 타구는 아니었지만, 타구가 좌익수와 중견수 사이 애매한 위치에 떨어졌다. 포수 최재훈은 2루 주자 나지완과의 홈 경합에서 미트를 번쩍 들며 아웃이라고 어필했지만, 주심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전날 동점 홈런을 날린 나지완은 4회 2루타, 5회 1타점 적시타를 적립하며 절정의 타격감을 뽐냈다.
6회 또다시 위기를 맞이했다. 오선진이 박찬호의 타구를 실책성 안타로 흘려 1사 1, 3루가 된 것. 뒤이어 박찬호가 2루 도루를 성공시켰다. 이미 장시환은 투구수 100개를 넘긴 상황이었다. 한화 코칭스태프가 마운드에 올랐다.
하지만 장시환은 2007년 데뷔 이래 처음 맡은 토종 에이스의 무게감을 자각했다. 코칭스태프는 덕아웃으로 돌아갔다. 대신 오선진을 정은원으로 교체하며 그를 배려했다. 장시환은 최원준을 삼진, 김선빈을 2루 땅볼로 처리하며 이닝을 마쳤다. 6이닝 4실점, 선발투수로서의 임무는 마친 수치다. 최종 투구수는 117개. 최근 잇따라 접전을 펼친 한화 불펜에 조금이나마 휴식을 주기 위한 에이스의 책임감이 돋보인 순간이었다.
대전=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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