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관중 경기' 경험자 벅 쇼월터의 증언, "유쾌한 기억은 아니다"

노재형 기자

기사입력 2020-04-30 16:54


볼티모어 오리올스 사령탑 시절의 벅 쇼월터 감독. AP연합뉴스

[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 메이저리그(MLB)는 시즌을 시작하더라도 무관중 경기로 리그를 치른다는 계획이다. 코로나바이러스 사태가 진정되지 않으면 팬들을 야구장에 들여서는 안된다. 그렇다고 마냥 기다릴 수는 없는 노릇이니, 스프링트레이닝 시설이 밀집된 애리조나와 플로리다에서 정규시즌을 개최하는 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메이저리그 역사상 무관중 경기는 딱 한 번 있었다. 2015년 4월 30일(이하 한국시각) 오리올파크에서 벌어진 볼티모어 오리올스와 시카고 화이트삭스의 경기다. 당시 볼티모어에서는 흑인 용의지가 경찰에 구금된 상태에서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해 폭동이 일어났다. 팬들과 선수 안전을 위해 해당 경기가 이틀 연기된 끝에 무관중 경기로 치러지게 된 것이다.

당시 홈팀 볼티모어 사령탑이 바로 벅 쇼월터 감독(64)이었다. 메이저리그 유일의 무관중 경기를 직접 지휘한 지 5년이 지난 30일 그가 ESPN 라디오와 인터뷰를 갖고 소회를 밝혀 눈길을 끈다. 특히 쇼월터는 무관중 경기가 선수들에게 끼치는 영향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하며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선수들에게는 '어이, 네가 지금 하는 일은 굉장히 중요해', '모든 게 너한테 달렸어'라는 팬들의 응원이 필요하다"며 "내가 왜 야구를 하는지를 깨달으려면 감정적 자극이 필요하다. 1주일에 7일, 162경기를 하는 야구에서는 특히 그렇다"며 팬들의 응원이 선수들의 경기력에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쇼월터는 "미식축구나 농구 감독들을 이해시키는데 어려움을 겪는 이유이기도 하다. 우리는 매일 경기를 한다. 감정이 필요하다"고 했다.

메이저리그 뿐만 아니라 한국, 일본 프로야구 역시 거의 매일 경기를 하기 때문에 팬들의 관심이 높고 선수들 플레이에 끼치는 영향이 작지 않다. 무관중 경기로 정규시즌을 개막하는 KBO리그 감독들은 최근 "산만할 것 같다. 평소와 다르니 집중력에서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말한다.

무관중 경기를 겪어본 쇼월터의 발언이라는 점에서 새겨들을 만하다. 그는 "(당시)게임 도중 일어나는 많은 감정과 사건들이 팬들의 감정을 통해 어떻게 유도되는 지 절실하게 느껴봤다"면서 "응원 소리가 전혀 없었다. 순전히 야구만 있었다. 장내 아나운서의 말을 또렷하게 들을 수 있었다. 모든 소리를 다 들을 수 있는 심판들에게 말할 때는 특히 조심해야 했다. 불펜에 전화할 필요도 없다. 우리만 소리를 지를 뿐이었다. 정말 색다른 경험이었다"고 회고했다.

이어 쇼월터는 "모든 사람들에게 무관중 경기의 참신함은 빠르게 잊혀졌다고 생각한다. 그걸 지속적으로 해나가고 싶은 사람은 없었다"고 했다. 유쾌한 기억은 아니라는 뜻이다.

MLB가 무관중 경기로 시즌을 개막한다는 계획에 대해 쇼월터는 "자기 동기부여(self-motivation)를 하는 선수들의 모습은 그대로 노출될 수 밖에 없다. 그게 나쁜 건 아니지만 과도하면 문제가 될 수 있다. 팬들이 보내주는 에너지가 성공 요소고로 작용하는 것과는 다르다. 스포츠에서 자기 동기부여가 반복되면 습관이 되고 정신력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했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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